[해외칼럼] G20이 리더십 발휘하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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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조셉 스티글리츠
컬럼비아대 교수

지난달 중국 베이징에서는 미 컬럼비아대와 중국 중앙민족대가 공동으로 주최하는 국제금융시스템에 관한 세미나가 열렸다. 이 자리에서 양국의 경제학자와 정책 입안자들은 국제금융시스템의 개혁 방안에 대해 머리를 맞대고 논의했다. 결론은 “현 금융시스템이 글로벌 경제의 불균형과 안정성에 부정적 영향을 끼치지 않고 있지만 문제 발생 시 효과적으로 대처하는 데 미흡하다”는 것이었다. 글로벌 경제의 불균형을 해결하고 안정성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금융시스템의 개혁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번 베이징 세미나에서 합의한 것은 주요 20개국(G20)이 올해 안에 적절한 개혁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전문가들이 제시한 개혁안의 요지는 달러 공급 부족에 따른 유동성 문제 해결을 위해 국제통화기금(IMF)의 특별인출권(SDR)을 제한적으로 확대하자는 것이다. 달러 유동성 부족으로 발생할 수 있는 예기치 못한 외환위기 등에 적절히 대처하기 위한 것이다. SDR은 IMF에 자금을 출자한 국가가 비상시에 IMF로부터 달러를 인출할 수 있는 권리다. 이 같은 SDR 개혁은 글로벌 경제의 허약한 체질을 강화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또 이는 G20이 이미 미국 피츠버그회의에서 합의한 “강하고 지속적이며 균형 잡힌 경제성장”을 이끌어내는 방안이기도 하다.

 앞서 2009년 4월에도 영국 런던 G20 정상회의에서 2500억 달러 규모의 SDR을 확대했다. 하지만 G20은 좀 더 SDR의 규모를 늘려야 한다. 개인 의견으로는 약 2400억~3900억 달러 상당의 SDR 증가가 적절하다고 판단된다.

 이를 통해 여러 가지 긍정적인 효과를 얻을 수 있다. 경기부양을 위한 자금확보가 쉬워져 경기침체에 대한 우려를 줄일 수 있다. 현재 많은 국가가 외환보유액을 늘리고 있다. 경상수지 적자와 자본유출에 따라 발생할 수 있는 유동성 부족으로 인한 경제위기에 대비하기 위해서다. SDR을 확대하면 유동성 부족을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될 뿐 아니라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를 줄이면서 경제발전을 추진할 수 있다. 게다가 각국이 외환보유액을 늘리기 위한 자금수요를 조절함으로써 글로벌 경제의 불균형을 해소하는 효과도 발휘할 수 있다. 자금이 지나치게 특정 국가나 지역에 몰리지 않게 함으로써 각국의 경제발전을 위한 자금이 보다 효율적으로 배분될 수 있기 때문이다.

 IMF의 SDR 확대에는 당연히 효율적인 운용 방안이 뒤따라야 한다. 예를 들면 SDR이 당장 필요하지 않은 국가의 경우, 이를 다른 나라에 빌려줄 수 있는 프로그램 등을 만드는 것이다. 위기 발생 시 새로운 SDR을 제한 없이 확대하는 것도 필요하다. 또 SDR의 상당 부분을 수요가 큰 신흥 경제국에 배당하는 것도 적극 고려해야 한다.

 이런 방안들이 올 11월 프랑스에서 열릴 예정인 G20 정상회의에서 논의되길 바란다. G20은 2008년 발생한 글로벌 금융위기에 적절히 대처하는 능력을 보여줬다. 하지만 지금은 G20 회원국들이 금융위기 발생 직후와는 달리 각기 다른 생각을 갖고 있다. G20이 다시 한번 현재 글로벌 경제가 안고 있는 문제점에 효율적으로 대처하는 리더십을 보여줄 때다.

조셉 스티글리츠 컬럼비아대 교수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
정리=최익재 기자 ⓒProject Syndica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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