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가 루벤스 평전 번역출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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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벤스와 렘브란트. 벨기에와 네덜란드를 대표하는 이들은 17세기 바로크 화가들이다.

그러나 이들의 삶은 대조적이다. 루벤스가 완벽한 신사이자 천재화가로 행복한 나날을 보냈다면 렘브란트는 50세 무렵 파산선고 후 부인과의 사별, 정신병원 입원 등 가시밭길 같은 만년을 살았다.

최승규 연세대 교수가 번역한 「루벤스의 그림과 생애」(한명출판)는 루벤스의 삶을 다룬 평전이다. 국내 첫 번역된 이 평전은 세계적인 역사학자 야콥 부르크하르트가 쓴 것으로, 올해로 그의 101주기를 맞았다.

부르크하르트는 1886년부터 7년간 스위스 바젤대학에서 미술사를 가르쳤다. 이 책은 르네상스 문화사 전공자였던 그가 미술에 대해서도 얼마나 뜨거운 정열과 박식함을 가졌나 보여준다.

그는 젊은 날부터 루벤스에 매료됐다. 많은 시간을 생애 연구과 그림 감상에 보낼 만큼 루벤스를 사랑했다. 부르크하르트는 루벤스가 미켈란젤로에 못지 않은 위대한 화가였다고 평가하곤 했다.

피터 폴 루벤스(1577-1640). 그는 인물화와 초상화, 제단화에 능한 작가다. 특히 여인들의 아름다움을 묘사하고 신화를 재미있게 엮어나가는 해석력은 당대 으뜸을 자랑했다. 이 책에는 그의 그림 80여장이 실려 감상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루벤스의 그림과 삶을 이렇게 많은 도판을 동원해 소개하기는 이 책이 처음이다.

루벤스는 한 인간으로서 행운아였다고 할 수 있다. 원만한 가정에서 태어난 그는 탁월한 예술적 기질을 보이며 종교성 강한 작품을 줄기차게 그려냈다. 이밖에 남성과 여성의 누드도 다수 남겼다. 특히 개성상인을 스케치한 화가로 알려져 있기도 하다.

그는 화가에 머물지 않았다. 6개국어를 완벽히 구사한 외교관이자 학자였다. 유능한 외교관으로서 유럽 왕실의 신망과 사랑을 듬뿍 받았고, 재복과 처복도 있었다. 부르크하르트는 루벤스가 위대한 화가의 천분을 타고났을뿐 아니라 환경과 지인들을 자기발전에 잘 이용할줄 아는 사람이었다고 평가했다.

이 책에서 만날 수 있는 대표적 명작은 < 레우키푸스의 딸들의 납치 >< 십자가를 세움 >< 십자가에서 그리스도를 내림 >< 사랑의 정원 >< 비너스의 잔치 > 등이다. [서울=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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