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항 아이콘’ 밥 딜런 베이징 공연 ‘블로잉 인 더 윈드’ 끝내 못 불렀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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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팝 음악의 전설’ 밥 딜런이 6일 중국 베이징 궁런체육관에서 열린 콘서트에서 노래를 부르고 있다. 생애 첫 중국 콘서트를 마친 딜런은 8일 상하이, 12일 홍콩에서 공연을 이어 간다. [베이징 로이터=뉴시스]


‘팝 음악의 전설’ ‘저항시인 겸 가수’로 불려온 미국의 팝가수 밥 딜런(70)이 가수 인생 50년 만에 처음으로 중국 무대에 올랐다. 7일 신경보(新京報)에 따르면 딜런은 6일 오후 1만5000명을 수용하는 베이징 궁런(工人·노동자)체육관에서 공연했다. 이날 딜런은 앙코르 곡 3곡을 포함해 모두 17곡을 불렀다. 그러나 중국 당국의 사전검열 때문에 딜런을 반전운동의 대변자로 떠오르게 했던 히트곡 ‘노킹 온 헤븐스 도어(Knockin’ on Heaven’s Door)’ ‘블로잉 인 더 윈드(Blowing in the wind)’는 부르지 못했다.

 검열에 걸린 이유는 공개되지 않았다. 신경보는 “마지막 앙코르 곡으로, ‘영원한 젊음’이란 뜻의 ‘포에버 영(Forever young)’을 부른 딜런은 고령에도 식지 않은 열정을 보여줬다”고 호평했다. 딜런은 8일 상하이, 12일 홍콩에서 공연한다.

 이번 공연이 성사되기까지에는 적잖은 우여곡절이 있었다. 앞서 지난해 4월 중국 공연을 추진했으나 당국의 거부로 무산됐다. 당시 대만의 한 공연기획사는 “중국 문화부가 검열 문제로 승인을 내주지 않아 공연이 취소됐다”고 주장했다.

 이번 베이징 공연을 앞두고도 사전에 문화부가 선곡에 영향력을 행사해 사실상 사전검열을 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문화부는 지난달 홈페이지를 통해 “공연기획사의 신청을 받아 딜런을 포함한 24명의 공연을 허가한다”고 밝히면서 “허가받은 범위에서 공연을 진행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이날 중국 공연의 입장권 가격은 280위안(약 4만6200원)∼1961위안(약 32만원)으로 책정됐다. 국영 중국중앙방송(CC-TV) 진행자 바이옌쑹(白巖松)은 “저항가수라는 편견 때문에 중국에서 너무 오랫동안 딜런의 공연을 볼 수 없었다”며 “이제 중국과 세계는 느낌의 거리를 좁힐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북아프리카와 중동에서 ‘재스민 혁명’ 열기가 확산 중인 와중에 중국이 정치색 짙은 미국 가수의 공연을 허용한 자체를 긍정적으로 평가한 것이다.

베이징=장세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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