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 과학자, 유전자 수리로 흰쥐 검게 만들어

중앙일보

입력

재미 여성 의학자가 유전자 이상으로 피부와 털색깔이 흰색으로 변한 쥐를 유전자 치료법을 이용해 검게 만드는데 성공했다.

영국의 생명과학 전문지 `네이처 바이오테크놀로지''는 2000년 1월호에서 미국토머스 제퍼슨 의대 윤경근(51) 교수팀이 획기적인 유전자 수리기술로 유전자 이상으로 피부와 털이 흰색으로 변한 쥐(albino mice)를 검게 만드는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이 연구결과는 각종 질병을 일으키는 유전자 돌연변이를 바로잡아 유전질환을 치료하는 강력한 치료법 개발에 토대가 될 수 있어 큰 관심을 모으고 있다.

윤교수팀은 지난해 똑같은 연구를 시험관 세포배양 실험에서 성공시켜 유전자수리로 유전질환 치료를 할 수 있음을 입증했으며 이번에는 이 방법이 살아있는 동물에서도 제대로 작용한다는 것을 처음으로 증명한 것이다.

특히 이 치료법은 나쁜 유전자 전체를 새 유전자로 교체하는 기존 치료법과 달리 문제가 된 유전자에만 작용하는 치료물질을 투여, 자체 DNA 수리기능을 유도하는 것으로 유전질환 치료에 획기적 발전을 가져올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연구팀은 `국부유전자치료법''이라고 명명한 이 치료법에서 알비노 쥐의 피부 색소 생성 세포인 `멜라노사이트''에 소량의 RNA가 들어있는 DNA 물질인 `올리고뉴클레오타이드''를 주입했다.

알비노 쥐에 주입된 올리고뉴클레오타이드는 유전자 수리과정을 유도, 흰털이 검게 변했으며 이 변화는 피부세포에서도 안정적으로 지속된 것으로 나타났다.

윤교수는 "피부는 접근과 관찰이 쉬워 변이가 일어난 유전자를 수리하는 기술을 실험하는데 매우 좋은 조직"이라며 "현재 올리고뉴클레오타이드를 쥐 피부에 주입할때의 최적 조건을 확립하는 연구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윤교수는 "완전한 유전자 수리 기술을 개발하는데는 아직 많은 과제가 남아있다"며 "유전자 수리 과정을 개선하고 이 기술을 일반적으로 적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윤교수는 서울대 화학과를 졸업하고 70년 미국으로 건너가 버클리 소재 캘리포니아대(UC Berkeley)에서 화학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하버드대에서의 연구활동 등을 거쳐 현재 토머스제퍼슨 의대 교수로 재직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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