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1〈도시 이야기〉…이미지 중심 새 영상 기법 도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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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큐멘터리의 종언(終焉)을 보는 것 같군." 27~28일 방영할 2부작 다큐멘터리 KBS1 〈도시 이야기〉 (밤10시)를 곱지 않게 보는 일부 고참 PD들의 평이다.

주인공들의 일상을 통해 도시의 욕망과 고독을 담는 〈도시 이야기〉는 기존의 정통 다큐 기법에서 한 발짝 떨어져 있다. 단편영화 같기도 하고 어찌 보면 뮤직비디오 같기도 하다. 〈도시 이야기〉가 일부 비난 속에도 눈길을 끄는 건 바로 이 때문이다. 기존의 형식에 머물지 않으려는 제작진의 고민이 듬뿍 배어있다.

〈도시 이야기〉는 두 편으로 나뉜다. 1부 '일상의 거리에서'는 다니던 직장에 사표를 던지고 동대문 상가의 의류 디자이너로 뛰어든 20대 미혼 여성과 대기업에서 수출 담당 업무를 맡고 있는 30대 초반 미혼 남성의 일상이 서로 교차하며 전개된다. 내레이션을 최소한으로 줄이고 음향과 영상에 메시지를 담았다. 특히 기형도. 김기택 등 도시적 감수성이 느껴지는 시를 인 대목은 꽤 실험적이다.

2부 '빌딩숲에서 꿈을 꾸다'는 한 도시에서 다른 색깔의 꿈을 꾸는 두 사람을 보여준다. 모 증권회사의 최연소 지점장과 뛰고 있는 30대 초반의 엘리트와 밤에는 택시를 모는 30대 초반의 연극 배우에 관한 이야기다.

정통 다큐가 날고기를 먹는 재미라면, 〈도시 이야기〉는 고기를 살짝 익혀 먹는 맛이다. 등장 인물의 순간적인 감정이나 꿈, 환상 등을 효과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이전과 다른 방식을 적용했기 때문이다. 이미지에 중점을 둔 영상기법 등이 대표적인 예. 하지만 눈앞에 펼쳐지는 내용 자체를 비틀지는 않는다.

6개월 동안 등장 인물을 쫓아 다녔다는 송재헌 PD는 "아직도 80년대 문법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다큐 제작 방식에 반기를 들고 싶었다"며 "하지만 굳이 이 방식이 정답이라곤 생각지 않는다. 10년 동안 기존 다큐 방식을 답습해 오면서 생겨난 파열음으로 받아들여 달라"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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