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왕과 나〉로 런던무대 서는 김나이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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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배우들에게 런던 웨스트엔드는 꿈의 무대다. 뉴욕 브로드웨이가 명실공히 세계 공연예술의 중심에 서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뮤지컬에 관한 한 웨스트엔드가 최고의 자리를 지키고 있다.

〈레미제라블〉 등 웬만한 대작들이 다 런던에서 출발한 뮤지컬들이다. 바로 이 꿈의 무대에 한국인이 선다.

영국 로얄 발레 어퍼 스쿨(16세 이상 입학 가능)을 졸업한 김나이(19. 사진)양이 그 주인공. 김양은 내년 4월 유서깊은 웨스트엔드 팔라디움 극장에서 막이 오르는 매그넘 프로덕션의 새로운 버전 〈왕과 나〉의 런던 오디션에서 수백대 일의 경쟁을 뚫고 선발돼 1주에 8회씩 1년 계약으로 웨스트엔드 무대에 서게 된다.

런던 이외의 다른 지역 오디션이 아직 끝나지 않은 상태라 배역은 내년 3월 본격적인 연습이 시작되면 결정된다.

잠시 한국에 들어온 김양은 "대작일수록 무경험자에게 큰 배역을 주지 않는 것이 당연하다"면서 "무대경험이 전혀 없기 때문에 큰 배역에 욕심을 내기보다 차근차근 경험을 쌓아나가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비중의 크고작음을 떠나 웨스트엔드 무대에 서는 것만으로도 설레인다"며 들뜬 모습이다.

공무원인 아버지를 따라 어려서부터 영국생활을 시작한 김양은 춤이 너무 좋아 부모님들의 귀국 후에도 혼자 런던에 남아 공부를 계속했다.

로얄 발레 스쿨 입학 전 엘머스트 발레 스쿨에서 노래와 현대무용 등을 함께 공부한 것이 이번 오디션 합격에 큰 도움이 됐다. 15명이 입학해 6명만이 졸업했을 만큼 까다로운 로얄 발레 스쿨이지만 김양과 함께 오디션에 응시한 이 학교 출신 다른 졸업생들은 모두 떨어졌다.

브로드웨이 뮤지컬 〈왕과 나〉에 출연했던 이태원. 최주희씨, 〈미스 사이공〉 투어팀으로 활약했던 이소정씨에 이어 또 한사람의 한국인 뮤지컬 스타가 나올 수 있을지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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