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새 천년 앞두고 KBO `풍비박산'

중앙일보

입력

한국야구위원회(KBO)가 새 천년을 앞두고 거듭되는 악재로 심각한 위기에 빠졌다.

쌍방울 레이더스 처리 문제로 고심중인 KBO는 지난 24일 최영언 사무총장이 전격 사퇴한 데 이어 당일 중앙노동위원회에서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낸 김양경 전프로야구 감독관과 김학효 기록원, 김석용 심판에 대해 일제히 복직 명령을 내려 사면초가에 몰렸다.

특히 중앙 노동위의 심판 및 기록원 복직 명령은 지난 1월 KBO가 단행한 구조조정의 부당성을 지적해 위상마저 흔들리고 있다.

그러나 실무 총책임자인 사무총장이 사퇴한 KBO는 당면한 현안 처리에 방향 설정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

쌍방울이 구단 매각 권한을 KBO에 위임하려다 갑자기 유보시키자 내년 시즌 경기 일정마저 짜지 못하는 상태고 퇴출 직원의 복직 문제는 중앙노동위의 결정을 받아들여야 할 지, 행정소송을 제기해야 할 지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

KBO가 이처럼 행정 공백 현상을 보이는 것은 올 초 8개 구단의 압력속에 극단적인 구조조정으로 사무국을 대폭 축소시켰기 때문이다.

지난 해까지 기획.조사부와 운영부, 총무부 3부 체제로 운영되던 KBO는 99년 들어 석연찮은 이유로 기획부장을 퇴출시키고 총무부장을 보직도 없는 총장석 근무로 발령낸 뒤 운영팀과 총무팀으로 직제를 개편, 행정력이 현저하게 약화됐다.

이사회는 또 KBO가 추진했던 ▲프로야구 통합 마케팅 사업 ▲야구 박물관 건립 ▲마케팅 전담회사(KBOP) 설립 방안 등을 모두 부결시키며 사무국 직원들의 임금마저 2년 연속 15%나 삭감시켜 사기마저 크게 떨어졌다.

이런 상황에서 사무총장은 "일하는데 한계를 느낀다"며 사무국을 떠나 KBO는 풍비박산이 났다.

지난 해까지만 해도 국내 프로스포츠 단체중 가장 앞서간다던 KBO는 박용오 총재마저 프로야구 행정에 주도권을 잡지 못하자 불과 1년 사이에 8개 구단의 뒤치다꺼리만 담당하는 유명무실한 기구로 전락하고 말았다. [서울=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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