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피플] 기아자동차 김국상 주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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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노동부와 한국산업인력공단이 주관한 직업능력개발 촉진대회에서 금속도장 부문 '대한민국 명장' 으로 뽑힌 기아자동차의 김국상(金國相.46.광주공장 소형제조2부)주임은 오른쪽 엄지손가락이 없다. 중학생 시절 집안일을 돕기 위해 소 사료를 만들다가 실수로 작두날에 손가락을 잃은 것. 어렸을 때부터 골수염을 앓아 왼쪽 다리도 편치 않은 金씨는 손가락을 잃어 연필 잡기조차 어려워지자 학교를 그만뒀다.

그러나 30여년 뒤 金씨는 온갖 장애를 딛고 일어서 금장 도장에서 대한민국 '최고' 가 됐다.

"별 대단한 기술은 아닐 지 모릅니다. 하지만 신체적 장애가 있어도 누구보다 일을 잘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어요" 金씨가 지난 72년 첫 직장을 얻은 곳은 한 자동차 정비공장. 수리 업무를 하고 싶었던 金씨에게 주어진 것은 도장일이었다.아무래도 성치 않은 손이 문제였다.실망한 金씨는 그만 둘 생각도 했지만 도장이 고급 기술이고 장래성도 있다는 선배의 권유를 못 이겨 일을 배우기 시작했다.

79년 3월 기아자동차에 입사한 金씨는 도장 일만큼은 누구보다도 잘해내겠다는 각오로 밤낮없이 배우고 일했다.짧은 학력이었지만 전문서적도 열심히 찾아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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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정도 노하우를 갖게 된 金씨는 품질향상 및 원가절감을 위한 아이디어 개발에 힘을 쏟았다.그 결과 2회 도장으로 마무리되는 상도(上塗.자동차 천장 도장)공정을 1회 도장으로 줄이는 등 생산성 향상에 기여했다.이런 공로를 인정받아 96년 회사로부터 '기술장' 으로 선정됐으며 이번에 정부로부터도 '명장' 으로 뽑힌 것이다.

金씨의 장애 극복 의지는 서예 솜씨에서도 엿볼 수 있다. 81년 친구를 따라 배우기 시작한 金씨의 서예 시력은 대한민국 서예전람회에 6차례나 입선할 정도의 '준프로급' .처음엔 붓을 제대로 지탱해 잡는 데만 수개월이 걸렸단다.

金씨는 올초 공장의 얼굴 격인 본관앞 상징석에 '화합(和合)' 이란 글씨도 새겨넣었다. 金씨의 목표는 대학 서예과 진학이다.이를 위해 金씨는 그동안 외면했던 학업을 재개, 3년 전 검정고시에 합격, 고교 졸업 자격증도 땄다.대학에 진학해 서예를 전문적으로 공부하고 싶다는 金씨는 "그래도 수십년간 해온 공장일이라서 도장 일을 쉽게 손놓을 수 없다" 며 밝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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