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넓어진 여성 인력 풀 여성 미래에 탄력 줄 것”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212호 10면

여성이 진출하지 않은 분야는 거의 없다. 현장에서 뛰는 그녀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하지만 여성이 소수인 조직이 많아 나이·부서만으로도 금세 신상이 드러날 우려 때문에 익명으로 소개한다.

현장에서 뛰는 알파걸들의 말말말

“여성 검사는 조직에선 소수자였고 집에선 부족한 엄마다. 집안일은 고사하고 중학생이 된 아이의 유치원·초등학교·중학교의 모든 행사에도 참석하지 못했다. 최근에야 부모님에게 맡겼던 아이를 내 손으로 키우고 있다. 10년 만에 아이와 함께 살게 돼 서로 같이 사는 방법을 찾으려고 노력하는 중이다. 여성 검사들도 다른 일하는 엄마들과 마찬가지로 육아문제로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다.” <40세·검사>

“건설업은 남성적인 업종이어서 이제야 내가 일하는 사업부에서 최초의 여성 부장이 나왔다. 최근 5년 새 신입 여직원은 많아졌다. 채용 면접에 들어간 임원들이 ‘성적순이면 여자만 뽑아야 한다’고 하지만 업종 특성 때문에 남녀 비율을 7 대 3 정도로 맞추는 것 같다. 우리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향후 여성 임원이 등장할지, 더 많은 여자 후배들이 들어올지 판가름날 것이다.” <29세·대기업 건설사 직원>

“공직은 그나마 여건이 좋은 편이다. 하지만 공무원 사회의 여풍(女風)은 과장된 면이 있다. 여초(女超)는 외교통상부만의 현상이다. 국장급 여성 공무원도 늘었지만 여성가족부·보건복지부 등 일부 부처에 몰려 있다. 여성 인력 풀이 늘었기 때문에 앞으로 탄력을 받을 것이다. 다만 초임 공무원의 남녀 비율이 고위직까지 이어질 것 같지는 않다. 10년 전에도 10년만 지나면 굉장히 달라질 줄 알았는데 쉽게 바뀌지 않았다.” <44세·중앙부처 공무원>

“우리 팀에 최근 사표를 낸 여자 대리가 있다. 외국에서 MBA를 마쳤고 업무 능력도 인정받지만 시댁에서 ‘여자는 내조 잘하는 게 최고’라며 직장생활을 포기하길 바랐다고 한다. 여성이 아무리 두각을 나타내고 일을 잘해도 결혼하고 출산하면 한계를 절감하게 된다. 똑똑한 여성을 뽑았는데, 상황을 극복하지 못하고 계속 중간에 탈락하면 어떤 회사가 여성인력을 적극적으로 뽑겠나. 구조적 한계를 극복하게 도와줄 사회적인 시스템이 필요하다.” <39세·대기업 IT 계열사 과장>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