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중앙시평

부동산경기 부양의 유혹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35면

조윤제
서강대 국제대학원

지난주 정부가 내놓은 부동산 대책에서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정부의 좁은 입지가 보인다. 주택담보대출 규제완화를 연장하자니 현수준에서 가계부채가 더 이상 늘었다가는 장래 금융부실 위험이 커질 것이 뻔하고 현재의 저축은행과 건설사의 부실 확대와 전세가의 추가 상승을 막기 위해서는 주택경기를 활성화해야 하는 진퇴양난의 상황에 빠진 것이다. 어떤 쪽을 택해야 하는가. 결론은 명확하다. 부동산경기 부양이란 쉬운 해법을 택해서는 안 된다.

 전세가가 지난 2년간 지속적으로 상승해 오고 있다. 주 요인은 집값이 안정되고 금리가 낮기 때문이다. 집값이 더 이상 오르지 않을 것이라고 기대될 때는 그 집에 투자한 기회비용을 계산하면 거의 집값만큼이나 전세금이 올라가야 한다. 집값이 올라 큰 양도소득을 기대할 수 있을 때 전세가는 집값보다 훨씬 낮을 수 있다. 따라서 전세가를 내리기 위해서는 집값이 지속적으로 올라가 주어야 한다. 만약 집값이 다시 안정되면 그때는 지금보다 더 높은 수준에서 전세가가 정해지게 된다. 지금 전세가가 빠르게 올라가는 이유는 결국 그동안 집값이 너무 올랐기 때문이다. 집값이 더 이상 오르지 않게 됨에 따라 임대시장에서 새로운 전세가의 균형점을 찾아가는 중이다. 또한 주택 소유자는 앞으로 점점 월세를 선호해 갈 것이다. 향후 금리가 올라가게 되면 지금의 주택가격 수준으로 볼 때 균형점의 월세는 무주택자들의 소득수준이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높게 될 것이다. 5억원짜리 아파트에 연리 5%라 해도 소유주의 기회비용으로 보아 월세가 200만원이 넘게 된다. 재산세 등 부대비용을 빼고도 그렇다. 무주택인 도시근로자가, 그것도 한참 애들을 키워야 하는 젊은 세대가 부담하기에는 너무나 벅찬 수준이다.

 최근 영국의 이코노미스트 지가 추산한 바에 따르면 2010년 선진국의 부동산 시가총액은 국민소득의 1.9배에 달했다. 지난 10년 동안 크게 오른 가격을 반영해서다. 실러(Shiller)지표를 보면 미국의 경우 주택의 실질가격은 1990년대 중반까지 약 100년간 거의 오르지 않다가 이후 주택금융 완화로 10년간 거의 두 배로 뛰면서 세기적 금융위기를 맞게 된 것이다. 우리나라는 2007년 공시가격으로 부동산가격이 국민소득의 4.5배가 되고 있다. 시장가격으로 계산하면 이보다 훨씬 높을 것이다. 다른 조건이 비슷하다면 우리나라 무주택 가계들이 지불해야 하는 임대비용은 소득수준에 비해 여타 선진국의 2~3배가 되는 것이다. 이것이 결코 건전한 경제, 안정된 사회라고 할 수 없다.

 과거 우리나라는 부동산경기 부양을 너무 쉽게, 너무 자주 정책수단으로 사용해 왔다. 부동산경기 부양은 일거에 많은 문제를 해결해주기 때문이다. 건설사 도산, 금융권 부실채권, 내수침체, 실업, 성장률 등을 일시에 해결해 준다. 그러나 이 모든 해결은 단기적으로 끝나고 장기적으로는 경제활력과 사회안정을 잃는 요인을 쌓게 된다. 우리는 ‘복지망국론’을 자주 얘기하나 ‘부동산망국론’을 자주 얘기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복지나 부동산이나 과다하게 되면 경제활력을 잠식하기는 마찬가지다. 그리고 둘 다 포퓰리즘이라는 동력에 의해 추진되는 것도 마찬가지다. 그 동력의 계층이 다를 뿐이다.

 지난 30년간의 수입 개방에도 불구하고 그 혜택이 실질적으로 소비자에게 잘 돌아가지 않고 있다. 그 이유는 우리나라 유통시장의 독과점 구조에도 있겠으나 높은 부동산 비용으로 인해 같은 물건이라도 매장에 나올 때는 외국보다 훨씬 비싸게 되는 것이다. 벤처·중소기업도 지금과 같은 부동산 가격과 임대료 수준에서 채산성 맞는 신규 진입이 어려워지고 있다. 또한 우리의 경우 지난 50년간 어떤 나라보다 부동산 가격 상승에 의한 불로소득이 개인의 부와 소득격차를 결정짓는 주요 요인이 되어 왔다. 우리처럼 부동산이 가계자산의 80% 가까이를 차지하고 있는 나라는 농업국가 외에는 찾아보기 어렵다.

 부동산시장의 침체는 경제의 많은 어려움을 유발한다. 그러나 부동산 가격의 하향 안정은 장기적으로 우리에게 어떤 정책과제보다 중요한 과제다. 이를 어떻게 조심스럽게, 위기를 초래하지 않는 방향으로 조정해 나가느냐 하는 것이야말로 지혜와 지식을 동원해야 하는 문제다. 침체의 지속은 고통스럽지만 필요한 과정이다. 지금 다시 부동산경기 부양이란 페달을 돌리려는 유혹에 빠져서는 안 된다.

조윤제 서강대 국제대학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