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삼성·SK 금융사 계열기업 부당지원 적발

중앙일보

입력

현대.삼성.SK그룹의 금융계열사들이 그룹 내 다른 계열사들에 부당 지원을 해오다 적발돼 감독당국의 제재를 받았다.

특히 이익치(李益治) 현대증권 회장 등 현대그룹 증권관련 3개사 대표는 24일부터 3개월간 업무집행이 정지돼 결재를 못하게 된다.

현대증권도 3개월간 현대 계열사의 주식.회사채 신규 인수나 매입업무를 취급하지 못하게 된다.

금융감독원은 지난 8월 16일~11월 4일에 걸쳐 현대.삼성.SK 등 3개 그룹 금융계열사에 대해 연계검사를 실시한 결과 부당지원 사실을 적발하고 제재조치를 내렸다고 24일 발표했다.

발표에 따르면 현대그룹 금융계열사들은 고객들의 투자 수익률을 낮춰가며 계열사에 4천6백억원이 넘는 이익을 챙겨준 것으로 나타났다.

금감원은 이에 따라 이익치 회장과 이창식(李昌植) 현대투신증권 사장.강창희(姜敞熙) 현대투신운용 사장 등 3명에 대해 업무집행을 정지시켰으며, 현대투신증권과 현대투신운용에 대해서는 부당지원 사실을 검찰에 통보했다.

영업중인 금융기관의 대표이사에게 업무정지를 내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계열사에 담보를 제대로 잡지 않고 거액을 대출하는 등 부당하게 자금을 지원해준 조용상(趙龍相) 삼성생명 전 부사장(현 삼성투자신탁증권 대표)등 삼성 금융계열사 전.현직 임원 26명에 대해서는 문책경고나 주의적 경고조치를 내렸다.

SK투신운용 역시 고객들이 맡긴 돈으로 SK증권의 유가증권 3천70억원어치를 사주는 등 부당 자금지원 사실이 드러나 금융계열사 전.현직 임원 13명이 문책경고 등을 받았다.

금감원은 현대투신운용의 경우 ▶채권을 비싼 값에 사주거나▶부도난 채권.기업어음(CP)등을 바이코리아 등 일반투자자들이 가입한 펀드에 편입시키는 방법으로 현대투신증권에 3천5백53억원의 이익을 챙겨줬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현대투신운용 고위관계자는 "지난해에 8조원 이상의 대규모 채권거래를 하면서 계열사에 좋은 조건으로 넘긴 것도 있다" 면서도 "그러나 고객들에 대해서는 당초 제시했던 수익률을 맞춰줘 별 문제가 없고, 부당 지원했던 자금은 이미 회수했다" 고 해명했다.

삼성생명은 삼성자동차에 신용으로 총 5천4백억원을 빌려줬고, 삼성캐피탈 등은 어음 할인을 통해 1천억원을 지원한 것으로 드러났다.

한편 금감원은 이사회 결의 등의 절차를 무시한 채 독단적으로 해외투자를 하다 회사에 9백억원(7천8백88만달러)이 넘는 손실을 입힌 김석동(金錫東) 굿모닝증권 대표에 대해서도 3개월간 업무집행을 정지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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