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이창순 PD 인터넷 통해 드라마 아이디어 공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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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 PD가 독선에서 벗어나 다양한 시청자들의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 몸을 낮췄다. 공전의 히트를 기록했던 화제작 〈애인〉〈신데렐라〉〈추억〉 등을 연출했던 MBC의 간판급 PD인 이창순(42) PD가 주인공으로 그는 지난 11일부터 MBC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 2000년 여름 방송될 새 미니시리즈의 아이디어를 구하고 있다.

만드는 작품마다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며 '히트제조기'로 자리를 굳힌 간판 PD로서는 의외의 모습이다.

그는 홈페이지에 올린 글을 통해 "그동안 매년 한 작품씩을 만들어오면서 어쩌면 늘 독선적인 방법을 택해오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며 그 결과 대중의 관심이나 바람에서 벗어난 나의 관심만을 강조한 건 아닌지 의문이 생긴다"고 고백했다. 그는 이어 "그래서 궁리 끝에 작품 기획 단계에서 더욱 많은 이들의 의견을 수렴해보기로 했으며 아직까지 백지상태 그대로 있을 때 여러분들의 의견을 듣고 싶다"고 덧붙였다.

이 PD가 이런 생각을 갖게 된 것은 어쩌면 김희선과 안재욱이 주인공으로 출연했던 〈안녕 내사랑〉 때문인지도 모른다. 이 PD의 가장 최근작인 〈안녕 내사랑〉은 비록 드라마 막판에는 30%를 웃도는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음에도 불구하고 '지나치게 진부한 소재와 단순한 스토리에 김희선과 이창순이라는 두 스타의 흡인력에 너무 기대고 있다'는 비판을 받았었다.

이 PD는 이에 대해 "나름대로는 새로운 것을 시도한다고 해봤으나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봤다면 분명히 문제가 있는 것"이라고 시인하고 "그같은 시행착오를 줄이기 위해서라도 많은 사람의 의견을 수렴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 덕분인지 이 PD의 아이디어 모집에 대한 글을 보고 불과 10여일 만에 1백여건의 의견이 쇄도하는 등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시청자들의 의견은 '방송기자의 세계를 드라마로 만드는 건 어떨까요'에서부터 '다큐멘터리같은 드라마, 어떨까요', '미스터리 코믹물은요', '전문직종에 도전하는젊은이들의 이야기를 다루면...', '만화를 소재로 한 이야기' 등 다양했다.

이 PD는 "의견의 90% 가량은 현실적으로 수용하기 어려운 것들이나 놀랄 정도로 신선한 의견들도 있다"면서 "PD 개인의 능력으로는 한계가 있는 만큼 이들의 의견을 적극 수렴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시청자들의 의견 중 어느 한 아이디어가 채택되면 그 아이디어를 놓고 등장인물과 캐스팅 등 그에 대한 보다 구체적인 의견도 수렴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스타 PD의 '몸낮추기'가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둘지 자못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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