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리, 커리어 그랜드슬램 갈증 이번엔 풀어야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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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막에 오니 목이 마르네요.”

 박세리(34·사진)는 봄만 되면 갈증을 느낀다. 31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란초 미라지의 미션 힐스 골프장에서 열리는 나비스코 챔피언십을 앞두고다. 나비스코 챔피언십은 여성판 마스터스다. 본격적인 시즌 개막을 알리는 첫 메이저대회로 다른 메이저대회와 달리 한 골프장에서 치러진다. 마스터스처럼 출전 선수 수도 다른 메이저대회보다 적다.

 대회에 출전하기는 가장 어렵고, 일단 출전하면 산술적으로 우승 가능성이 가장 큰 대회다. 메이저 5승을 포함해 LPGA투어 25승을 거둔 박세리는 메이저대회 중 유독 나비스코 챔피언십에서만 우승을 못했다. 그는 “벌써 13번째 대회 출전인데 올 듯 올 듯 이 대회 우승컵만은 손에 들어오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 대회에서 우승해야 커리어 그랜드슬램을 이루게 된다. 투어 경력 14년째인 박세리에게 유일하게 남은 목표다. 박세리와 치열하게 경쟁했던 안니카 소렌스탐과 카리 웹은 그랜드슬램을 했다. 박세리는 “그랜드슬램을 하고 못하고는 커다란 차이다. 은퇴하기에 앞서 반드시 우승해야 하는 대회”라고 말했다.

 박세리는 2005년 골프장 인근에 집을 샀다. 소렌스탐이 살던 집이다. 이 대회에서 꼭 우승하겠다는 의지의 표시였다.

 박세리는 이 대회에서 한 번도 컷 탈락한 일이 없다. 우승 기회도 있었다. 2001년 나비스코 챔피언십 3라운드 중반 그는 선두로 치고 나갔다. 당시 박세리의 뚝심이면 리드를 잡으면 사실상 우승이었다. 그러나 15번 홀 더블 보기에 이어 연속 보기를 하면서 밀려났다.

 2007년 마지막 라운드도 선두로 출발했는데 동반자 수잔 페테르센(노르웨이)의 늑장 플레이에 말리면서 15번 홀부터 4홀 연속 보기를 했다. 박세리는 “더운 사막에서 열리는 데다 막판에 경기가 안 풀려 입이 바짝 말랐다”고 기억했다.

 나비스코 챔피언십에서 우승하면 18번 홀 옆 연못에 몸을 던지는 우승 세리머니를 한다. 박세리는 “우승하면 13년 묵은 갈증이 확 풀릴 것 같다”고 말했다. 이번 대회는 J골프가 4월 1·2일 1~2라운드는 오전 1~4시와 오전 7시30분~10시30분까지 두 차례, 3·4일 3~4라운드는 오전 5시30분부터 생중계한다.

성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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