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우 “특정 인사 영향력 작동 안 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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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공정한 인사로 분파주의를 해결하겠다.”

 23일 취임한 한동우(63·사진) 신임 신한금융지주 회장. 취임 후 처음으로 28일 기자들 앞에 선 그는 예상대로 탕평인사 구상부터 내놓았다. 내분 사태로 흐트러진 조직을 통합하겠다는 의지를 내보인 것이다.

 한 회장은 “지난해 불미스러운 일이 있었지만, 신한의 문화는 (개인보다) 조직을 앞세우는 정신”이라며 “본래의 신한 문화로 돌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를 위해 직원이 공감하는 인사, 하나로 어우러져 가는 인사를 하겠다”고 밝혔다.

 한 회장은 인사의 잣대로 ▶경영 실적 ▶직원의 지지도 ▶시장 평가 등 세 가지를 중시하겠다고 했다. 당장 다음 달 초 지주사 내부인사는 물론 자회사 임직원 인사까지 이런 원칙에 따라 한다는 방침이다.

 그는 “과거는 거론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책임을 물으면 결국 조직이 분열되고, 과거에 집착하면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라응찬 전 회장이 여전히 영향력을 행사할 것이란 우려엔 “신한은 특정 인사의 영향력이 작동하지 않고 시스템으로 움직이는 조직”이라고 말했다. 또 내분사태로 물러난 전임 경영진의 예우 문제는 “아직 논의하긴 이르다”고 했다. 신한이 제자리에 돌아갔다는 평가가 나온 뒤에나 검토할 문제라는 뜻이다.

 한 회장은 “지배구조 개선과 경영권 승계 방안을 취임 100일쯤에 내놓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를 위해 신한지주는 내부 직원과 전문 컨설턴트로 구성된 실무작업반을 최근 발족했다. 그는 “어떤 결과든 ‘될 만한 사람이 됐다’는 평가가 나오도록 하는 게 최종 목표”라고 말했다.

 인수합병(M&A)과 글로벌화를 통한 성장에 대한 관심도 빼놓지 않았다. 한 회장은 “보험사 M&A를 생각하고 있지만 아직 매물이 없어 당분간 자체성장을 추진한다”고 말했다. 저축은행 인수에는 “적극적으로 참여하겠다”고 했다. 현재 3% 수준인 글로벌시장 수익 비중은 이른 시일 내에 10% 이상으로 높여갈 계획이다. 그는 “베트남 카드시장 진출을 준비 중이고, 인도네시아·말레이시아에도 여러 형태로 진출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의 메가뱅크 논의와 관련해서는 “총자산으로 등수를 매기는 건 무의미하다”고 말했다. 자산 규모 경쟁에만 매달리지 않겠다는 뜻이다. 그는 “신한카드 총자산은 20조원, 은행은 230조원이지만 이익금에선 차이가 많이 나지 않는다”며 “중요한 건 자산 회전율, 즉 얼마나 효율적이냐는 점”이라고 말했다.

한애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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