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증권거래소도 주식회사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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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거래소도 '주식회사' 로 바꾸자. 회원제로 운영해온 증권거래소를 주식회사로 바꿔 자금을 더 끌어모으려는 움직임이 한국은 물론 지구촌 곳곳에 확산되고 있다.

나스닥(미국).자스닥(일본).코스닥(한국) 등 '아우' 시장들의 기세가 하늘을 찌르면서 '형' 뻘인 각국 증권거래소들이 살아남기 위한 변신의 몸부림이다.

호주와 네덜란드 증권거래소가 이미 주식회사로 탈바꿈한 가운데 뉴욕.도쿄(東京).런던 거래소 등 증권거래의 '메카' 들도 잇따라 주식회사 전환을 선언하고 나섰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엄낙용(嚴洛鎔)재정경제부 차관은 21일 "증권거래소를 현재 회원제 운영체제에서 코스닥증권과 같은 주식회사로 전환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 고 밝혔다.

嚴차관은 "회원 증권사들간에 이해관계가 엇갈려 논란이 예상되지만 서비스의 질을 높여 경쟁력 있는 시장으로 키울 수 있는 좋은 방안이 될 것으로 본다" 고 덧붙였다.

재경부 실무관계자는 "회원사들의 합의가 이뤄지면 내년 증권거래법 개정때 반영할 것" 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증권거래소의 주식회사 전환이 이뤄지면 주식을 팔아 조달한 자금으로 전산시스템 등 시설을 확충할 수 있고, 고객을 위한 의사결정도 신속히 이뤄져 서비스향상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최근 폭발적 성장세를 보여주고 있는 코스닥시장이 주식회사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는 점도 감안이 됐다.

정부는 코스닥시장을 증권거래소와 경쟁하는 제2의 거래소로 키울 계획인데 이대로 가다가는 증권거래소가 오히려 코스닥시장에 밀려버릴지 모른다는 우려를 갖고 있다.

이런 조짐은 이미 나타나고 있다. 비슷한 내용의 기업들이라도 코스닥에 등록한 쪽의 주가가 더 높고, 일부 증권거래소 상장기업이 코스닥으로 돌아갈 것이란 루머 때문에 주가가 폭등하기도 했다.

그러나 주식회사 전환에 대해 당사자인 증권거래소는 아직 부정적이다.

남영태(南永台)증권거래소 전무는 "이미 전산투자를 마무리해 자금소요가 크지 않고, 이사회를 통한 의사결정도 잘 이뤄지고 있다" 며 "영리추구가 목적인 주식회사가 되면 증권거래소의 공익성이 훼손될 것이란 점을 고려해야 한다" 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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