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리뷰]바빌로니아 신화 속으로 떠나는 '이쉬타르의 문'

중앙일보

입력

쌍둥이 남매인 제시카와 올리버. 느닷없는 경찰관들의 집안수색에 당황한다. 그러나 그들을 더욱 당황스럽게 했던 것은 '아버지'라는 존재였다. 박물관 경비를 맡고 있던 아버지가 어느날 잃어버린 기억의 나라를 다스린다는 바빌로니아왕국의 '크세노사 황금상'과 함께 사라졌고, 남매는 '아버지'의 실종과 함께 그에 대한 기억을 모두 잊어버리게 된 것이다.
정신적 혼돈상태에서 아버지의 일기장을 발견, '마음속에서 잊혀진 것을 가지고 가는 사람에게 진이 문을 열어준다'라는 설형문자의 번역문에서 단서를 찾아낸 남매는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를 향해 발을 들여놓는다. 문제의 해답은 결국 '이쉬타르의 문'에 있다고 생각한 올리버가 그 안으로 들어가고 누나인 제시카는 올리버에 대한 기억마저 잊어버리게 되는데...

'모모'의 작가 미카엘 엔데가 수상한 바 있는 독일 최고의 문학상인 '북스테우더 불레 선정 98 최고 작품상' 을 받은 '이쉬타르의 문'. 이 책의 저자인 '랄프 이사우'는 '이쉬타르의 문'을 자신의 분신이라고 자신있게 말한다. 그만큼 공을 들였다는 말이다. 치밀한 구성과 긴장감 넘치는 스토리 전개는 그의 말을 입증하고도 남는다. 그는 이책을 통해 기억이 우리의 삶에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주고,무심함과 편협함을 질타하고 싶었다고 한다.

이 소설에는 현재와 과거의 구분이 없다. 또한 동양과 서양의 구분도 없다. '이쉬타르의 문'을 통해 모든것이 자유자재로 넘나드는 섬세한 구조는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긴장을 풀 수 없게 만든다.

이 책을 단순한 미스테리 소설이나 어드벤처소설로만 보지 않기를 바란다. 역사적인 사실과 고증을 통한 소재를 바탕으로,그리고 철학적 문제를 현실과 접목시켜 지적 판타지 세계를 그린 '랄프 이사우'는 인간에게 가족의 진정한 의미가 무엇인지를 말하고 있는 것이다.

Cyber 중앙 박 영 홍 기자<amas@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