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코치] 대학 입학에 올인하는 자녀에게 필요한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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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훈 원장의 '소아 정신 건강'

정신과 전문의
김태훈 원장

자식을 키우는 부모가 자녀에게 바라는 것 중 하나는 공부를 잘하는 것이다. 그리고 공부를 잘하면 명문 대학 입학을 취종 목표로 두게 된다. 그래서 명문 대학입학이 부모가 해줄 수 있는 모든 것이라고 생각하는 부모들이 많다. 대부분의 부모들이 이렇게 생각하는 것은 과거 그들의 부모도 명문 대학 입학이 교육의 목표였고, 그것을 그대로 배웠기 때문이다.

그러나 부모들이 자랄 때에는 우리나라는 개발 도상국이었다. 이 시기의 우리나라는 한창 고도 성장을 하고 있어 대학에 들어가면 누구나 취직이 가능하였다. 대학에 입학하게 되면 적당히 공부하고 성적이 좋지 않더라도 컨테이너 벨트에서 자신의 순서만 기다리면 되듯이 명문 대학 졸업만 하면 누구나 부러워하는 대기업에 취직할 수 있었고, 이에 경제적인 지위를 보장받을 수 있었다.

이런 배경에서 ‘한강의 기적’이라 불리는 비약적인 발달에 힘입어 우리나라는 세계 물동량 10위안에 들어가는 경제 대국에 들어섰고 OECD 회원국에 가입될 만큼 세계 경제 흐름의 주역으로 성장하였다. 따라서 현재 우리나라는 대부분 국민들이 기본적인 의식주 문제를 해결하는데 있어 어려움이 없는 국가 기반과 경제적인 구조가 안정화되었음을 의미한다. 이와 동시에 우리나라는 산업 구조가 과거와 달리 고도 산업화가 이루어져 더욱더 복잡해지면서 다양해졌다.

사회가 고도화될수록 사회인으로 살아갈 지식과 기술이 더 많아졌고 이는 대학에서 배우는 교육만으로 충분하지 않아 이전보다 더 배워야 함을 의미한다. 과거와 달리 기업들도 IT 기술 발달에 힘입어 소수 인력만으로도 기업 운영이 가능하게 되었다. 이에 따라 대학을 졸업하더라도 경제 활동이 가능한 취직의 문은 그만큼 더 좁아지게 되었고, 명문대를 졸업하더라도 좋은 직장에 취직하는 것은 과거보다 매우 어려워졌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부모들은 더 좋은 대학 입학을 위해 자녀의 공부를 위해 많은 사교육비를 지출한다. 즉, 아이 과외 교육에 모든 것을 올인하게 되는 기이한 현상이 벌어지기도 한다. 그러나 어렵게 대학에 입학한 아이들에게 놓여진 현실은 과거와 달리 매우 어렵다. 고물가로 높아진 대학 등록금과 용돈을 벌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찾기도 어렵다. 그리고 어렵게 대학 공부를 마치더라도 취직이 되지 않아 자신의 의지와 달리 일을 하지 못하는 젊은 세대들이 많아졌다.

‘명문대 입학 = 경제적 지위 보장’이란 과거 공식은 깨어졌고, 과거와 달리 굳이 명문 대학 입학이 모든 걸 좌우하는 시대는 아니라는 것이다. 필자가 만나본 학부모들은 이런 상황을 모르는 경우가 많다. 현재와 같은 상황에서 아이들에게 학원을 보내지 않고 공부시키는 것은 매우 어렵다. 따라서 아이를 학원에 보내지 않을 수는 없다. 그러나 맹목적인 명문 대학 입학을 목표로 한 아이들이 대학 입학 후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부모들은 아이들의 현재 상태가 어떠한지 배려와 사랑으로 감싸야 한다. 무엇보다 경쟁이 치열한 사회 분위기에 맞춰 자녀들에게 명문 대학 입학을 강요하기보다, 아이들의 꿈과 비전에 대해 이야기를 듣는 것이 먼저라고 생각한다.

김태훈 정신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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