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봉수기자의 증시레이더] "기다림도 전략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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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투자의 귀재로 불리는 영국의 존 템플턴은 성공적인 투자비법을 묻는 주변 사람들에게 다음과 같은 조언을 했다.“좋은 종목을 싸게 사는 것보다 중요한 일은 잘못 샀다고 판단될 때 손해를 보더라도 가차없이 파는 결단력이다.이보다 더욱 중요한 것은 투자시점이 아니라고 생각할 때 매매충동을 억제하고 때를 기다리는 인내심이다”
이번주 증시는 거래소이나 코스닥시장이나 모두 불안한 조정국면이 예상된다. 거래소 시장은 특별한 호재나 악재가 없는 가운데 수급이 장세를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새해 장세를 기대하는 개인투자자들의 선취매와 연말 배당투자 수요가 예상되지만 연말 자금수요에 쫓기는 기관·법인들의 매물을 무난히 받아낼 지 의문이다.

지난 상반기중 설정된 투신사들의 스폿펀드 해지 물량과 뮤추얼펀드 청산물량 등 어림잡아 1조원 이상의 주식매물도 포진해 있다.

지난주 말 외국인들이 대규모 순매수로 돌아섰지만 매수세가 계속 이어질 지도 관심거리다.곧 크리스마스 연휴가 시작되는 데다 Y2K문제로 외국투자기관들이 아시아권 투자를 가급적 내년이후로 미루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지난주 사상 최악의 폭락을 기록한 코스닥시장도 이번주초 정부의 코스닥시장 진정대책 내용에 따라 크게 출렁일 가능성이 있다.시장에 알려진 것 이상의 강도 높은 대책이 나올 경우 지수는 한차례 더 크게 하락할 여지도 없지 않다.

기술적으로 보면 종합주가지수와 코스닥지수는 모두 흑삼병(黑三兵)이 출현한 불안한 모습이다.흑삼병이란 하루 주가지수의 종가가 시초가를 밑도는 음봉(陰棒)이 3일 연속 이어지는 현상으로 흔히 추가하락의 징조로 풀이 되곤 한다.특히 종합주가지수는 대세의 하락국면에 자주 나타나는 이중 천정형 모습을 이루어 가고 있다는 점도 예의주시할 만하다.

설상가상으로 시장을 이끌어가는 주도주군도 실종돼 투자판단을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지난주초 장세를 이끌었던 소외주군이 주말들어 대부분 하락세로 되돌아섰고 정보통신 등 기존의 주도주들도 힘을 잃은 모습이다.

한가지 고무적인 것은 나스닥을 비롯한 미국증시의 활황세가 계속되고 있다는 점이다.

대세의 향방과 주도주를 가늠하기 어렵다면 흐름이 분명해질 때까지 기다리는게 상책이다.어차피 주식투자는 기간게임이란 점을 상기하고 느긋한 자세로 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템플턴의 조언처럼 때론 기다리는 것도 중요한 투자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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