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관 시술로 세쌍둥이 낳은 최선이씨 “금·은 ·동 잘 키울게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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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선이(39·아산시 배미동)씨는 아들을 원하는 남편 소원을 한 번 들어주자 작정했다. 6살 된 예쁜 딸 지윤이가 혼자 크는 걸 보면서 늘 안쓰럽다는 생각을 했는데 동생 하나 생기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생각보다 임신이 쉽지 않았다. 한 번 마음을 먹고 나니 그냥 포기할 수 없었다. 그래서 어렵게 시험관 아기를 시도했다.

 “3개의 수정란이 착상됐는데… 세 쌍둥이를 낳는 건 위험합니다.” 당황했다. 셋 중 하나는 버려야 한다니… 망설이는 동안 잠깐의 시간이 흘렀건만 이미 뱃속 아이는 엄마에게 심장소리를 들려주고 있었다. “심장소리를 듣고 나니 차마…” 그래서 결심했다. 세 쌍둥이를 낳기로, 이후 최씨는 열 달 동안 자신이 내린 결정의 대가를 혹독히 치러야 했다.

김경성(오른쪽)·최선이씨 부부가 인큐베이터 안에 있는 세 쌍둥이를 보고 환하게 웃고 있다. 얼굴 표정에 행복이 묻어 난다. [조영회 기자]

 친정이나 시댁의 도움을 받을 수 있는 형편이 아니었던 최씨는 지윤이를 돌보는 일부터 살림까지 모든 걸 혼자서 해결해야 했다. 남편 김경성(40)씨도 조금씩 도왔지만 퇴근 이후에나 가능한 일이었다. 임신 우울증 같은 건 느껴볼 겨를도 없었다. 하루가 무사히 가기만을 바랬다.

 지난해 12월에는 자궁이 약해져 조기 출산할 위험이 있다는 의료진의 판단에 따라 수술을 하는 고통도 참아내야 했다. 병원에서는 입원을 권했지만 지윤이를 맡길 곳이 없어 집과 병원을 오가며 치료를 받았다.

 천신만고 끝에 14일 드디어 세 쌍둥이 남자아이가 태어났다. 저 체중 상태라 제대로 한 번 안아보지도 못하고 인큐베이터 신세를 지고 있지만 ‘용감한 삼총사’는 건강하다. 한동안 인큐베이터에서 영양을 공급받으면 여느 신생아처럼 엄마 품에 안길 수 있다고 한다.

 “잘 키워야지요.” 세 쌍둥이 아빠 김씨는 ‘싱글벙글’이다. 그렇게 원하던 아들을 한꺼번에 셋이나 얻었으니, 기쁨도 세 배다. 김씨는 “주변에서 친구들이 농담으로 ‘너는 이제 죽었다’ 그래요. 하나도 키우기 힘든 세상에 넷을 키워야 하니 보기에 걱정이 되는가 봐요. 사실 걱정이 좀 되는 건 사실이지만 그래도 좋습니다. 1분씩 차이를 두고 태어난 아이들이 서로 형 하겠다고 싸우지만 않는다면 걱정할 게 뭐가 있겠어요.”(웃음)

 엄마는 지윤이를 걱정했었다. 아직 어린 나이라 한꺼번에 동생이 셋이나 생긴다는 사실을 받아들이지 못할까 봐 불안했다. 그러나 병원에 와서 동생들을 본 지윤이가 “내가 잘 돌봐줄게”말하는 것을 듣고 조금 안심이 됐다. 최씨는 “아프지 않고 건강하게만 자라준다면 더 바랄게 뭐가 있겠어요”라고 말했다.

 세 쌍둥이의 태명이 ‘금’ ‘은’ ‘동’ 이란다. 복덩이라 이런 태명을 지었나? 했더니 넉넉하지 못한 살림에 아이를 낳기도 전에 돈이 너무 많이 들어가 지은 태명이란다.

 출산율이 떨어져 큰 문제다. 정부와 지자체가 출산율을 높이기 위해 각종 정책들을 펼치고 있지만 출산율이 크게 향상되고 있지는 않다. 셋째 아이에 대한 지원도 늘고 있지만 실상 생활에 큰 도움은 되지 않는다. 그나마도 세 쌍둥이는 해당사항이 없다.

 ‘둘만 낳아 잘 키우자’던 때가 얼마 되지 않았는데 ‘셋 낳으면 애국자’ 소리를 듣는 시대가 찾아왔다. 셋 중 하나만 또는 둘만 선택했다면 병원을 오가며 그렇게 힘들어 하지 않아도 됐을 텐데… 보다 편안한 삶이 보장됐을 텐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중한 삼총사’의 생명을 지켜낸 최씨 부부는 진정한 애국자다.

 최씨의 수술을 담당했던 김윤숙 순천향대학 천안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세 쌍둥이는 아이가 사산될 확률이 높고 엄마도 임신중독 등 위험에 빠질 가능성이 크다.

최씨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생명의 소중함을 지키기 위해 어려운 결정을 했다. 큰 탈 없이 세 쌍둥이가 무사히 태어나 다행”이라고 말했다.

글=장찬우 기자
사진=조영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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