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과 함께하는 ‘기운차림’…행복이 가득한 우리들의 밥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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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천안·아산이 행복바이러스를 전파하고 있다. 보도 후 봉사단체에는 후원의 손길이 이어지고, 넉넉한 마음을 가진 식당은 단골로 분주하다. 중앙일보 천안·아산 발행 2주년을 맞아 이곳을 다시 찾았다.

글=김정규 기자
사진=조영회 기자

천안 ‘기운차림’식당에서 자원봉사활동을 하고 있는 봉사자들이 웃으며 점심 식사를 준비하고 있다. [조영회 기자]

‘기운차림’ 식당에 기운이 넘쳐나고 있다. 이웃들이 십시일반 모은 정성이 사람들에게 활력을 불어넣는다.

 천안남산중앙시장에 있는 ‘기운차림’ 식당이 요즘 부쩍 바빠졌다. 30여㎡ 남짓한 이 공간에서 종업원(?)들이 새벽 5시부터 쌀을 씻고, 반찬 재료를 다듬는다. 종업원은 모두 자원봉사자들. 이들은 “중앙일보 천안아산에 선을 보인 이후 ‘손님’이 부쩍 늘었다”고 자랑한다.<본지 2010년 10월 19일 l1면 보도> 늘어나는 손님과 함께 후원자의 손길도 줄을 잇고 있다. 이들의 따뜻한 사랑이 사람들에게 활력과 함께 행복을 전파하고 있는 것이다.

 부산에서 시작한 ‘기운차림’은 지난해 10월 12일 천안남산중앙시장에 10번째 식당을 냈다. 1000원짜리 밥상이지만 사랑과 정성이 가득 담겨있다.

열심히 살아가려는 사람이나 도움의 손길이 미치지 않는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사람들에게 삶의 활력과 희망을 나눠주기 위해 운영되고 있는 것이다. 천안식당은 6개 탁자가 있는 비교적 작은 편이지만 전국 기운차림 식당 가운데 전국에서 3번째로 넓다. 개업 날 소식을 전해들은 후원자들이 전기밥솥과 정수기, 고무장갑, 식재료 등을 갖고 이곳을 찾았다. 근처 상인들도 고춧가루, 다시마, 멸치 등을 싸들고 식당을 방문했다.

 우현미(40·여·기운차림 사무국장)씨는 아이들을 초등학교와 유치원에 보내고 곧바로 이곳으로 달려온다. 피부숍, 건강식품가게를 운영하는 안창섭(46·여)씨는 이곳에서 ‘밥 짓는 일’을 돕는다. 자신의 가게가 오히려 뒷전이다. 이곳에서 일하는 모든 이들이 ‘내 일’처럼 열심이다.

 이들의 노력에 감동을 받아 뜻을 함께하는 또 다른 이들이 생겨나고 있다. 보도 후 호서대 최고 경영자 과정에서 800㎏의 쌀을 보냈고, 단국대학교와 백석동 양돈농협에서도 각각 700㎏씩 모아 전달했다. 세일직업전문학교 직원들이 직원 생일날 쌀을 전달하고, 봉사활동을 벌이기도 했다.

 이 학교 학생들은 졸업 기념으로 빵과 머핀을 내놓기도 했다. 호서대 최고 경영자 과정을 밟고 있는 학생(?)들이 겨울철 고장 난 순간온수기를 새로 마련해 줬고, 냉장고와 연수기를 사주고 갔다.

 어느날 한 중년 남성이 쌀 두 가마를 기부했다. 노모를 모시고 있는 그는 “어머니가 매일 이곳에서 식사를 하신다. 어머니 쌀은 내가 드리고 싶다”고 했다 한다. 콩나물이나 고춧가루를 던져주고 가는 할아버지도 있었고, 식당 옆에 김을 놓고 가는 사람도 있었다. 식자재를 납품하는 개미농산 사장은 가끔 지나다가 설거지도 하고, 반찬재료를 기증하기도 한다.

 이들은 이제 받고 있는 사랑을 희망으로 다시 전달해 줄 계획이다. 머리를 맞대고 여러 가지 방법을 생각한다. 어려운 이웃에게 쌀을 전달하고, 김치도 담가줄 계획을 짰다. 독거노인에게 식사도 제공할 계획이다. 기운차림봉사단 우현미 사무국장은 “자원봉사자는 나눔의 기쁨을 느끼고, 식사를 하는 모든 분은 감사함 위에 당당함을 잃지 않으시라고 1000원을 받고 있다”며 “받고 있는 사랑을 소외된 또 다른 사람들에게 나눠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문의=041-564-89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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