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성추행 괴한에 뚫린 학교 안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4면

학교 공간이야말로 학생들이 안심하고 뛰놀며 공부할 수 있는 안전지대(安全地帶)여야 한다. 그러나 학교에서조차 학생들의 안전이 위협받고 있는 게 우리 현실이다. 엊그제 서울의 한 초등학교에서 발생한 외부인 성추행 사건만 봐도 그렇다. 괴한이 학교에 침입해 복도를 오가면서 어린 여학생 두 명을 추행하고 달아나는 과정에서 아무런 저지도 받지 않았다니 기가 막힐 노릇이다. 학교 안전망에 뚫린 구멍을 여실히 보여주는 게 아니고 뭔가.

 학교 안전에 대한 학생·학부모의 불안감이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다. 오죽하면 서울시가 지난해 시민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학교 안전 강화’가 1순위 희망 교육정책으로 꼽힐 정도이겠는가. 서울시가 올 새 학기부터 초등학교 547곳에 ‘학교보안관’ 1094명을 배치해 어린 학생들을 노리는 각종 범죄 예방에 나선 것도 그래서다. 그러나 이번 성추행 사건 발생 학교에도 학교보안관이 있었지만 괴한의 침입과 추행을 막지 못했다. 근본 처방책이 못 된다는 얘기다.

 범행에 노출돼 있는 학교에서 교육이 온전히 이뤄질 리 만무(萬無)하다. 보다 체계적인 학교 안전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 단순히 학교 안팎에 CCTV(폐쇄회로TV)를 늘리고 학교보안관을 두는 식이어선 곤란하다. 인력이 없다고 평소 모니터링을 하지 않는 CCTV라면 무용지물(無用之物)일 뿐이다. 모니터링과 학교보안관의 즉각적인 대처가 유기적으로 연계돼야 범죄 예방이 가능하다. 외부인의 학교 출입 통제가 허술한 것도 문제다. 외부인의 학교 출입 절차를 교칙에 정해 학교의 무방비 개방을 막아야 한다. 무엇보다 교사들이 학생 안전은 우리 몫이라는 책임감을 갖고 본분을 다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