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비붐 세대 절반이 은퇴 대비한 저축 엄두도 못 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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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우리나라 베이비붐 세대는 2~3년 후부터 부모와 자녀를 모두 부양해야 하는 이중고에 시달릴 것으로 전망됐다. 현재 평균 78세인 부모 세대가 80세 이상의 초고령층에 접어들고, 자녀들은 결혼을 앞두고 있어서다. 위·아래 세대 양쪽을 책임지는 ‘끼인 세대’의 부담이 현실화하는 것이다.

 8일 메트라이프생명 노년사회연구소와 서울대 노화고령사회연구소는 전국 베이비붐 세대 4668명을 방문 조사한 결과를 발표했다. ‘베이비붐 세대(baby boomer)’란 한국전쟁 직후 태어난 1955~63년생을 가리킨다.

 조사에 따르면 한국의 베이비붐 세대 가운데 42%는 ‘행복하다’고 응답했다. ‘불행하다’는 답은 6%에 불과했다. 베이비붐 세대는 대부분 아직 일을 하고 있다(남성 93%, 여성 61%). 일에서 스트레스(43.7%)와 피로(39.9%)를 느끼지만 동시에 보람(40.2%)과 삶의 의미(37.2%)도 찾았다. 이들은 평균 62.3세에 은퇴할 것으로 예상했다. 희망하는 은퇴 시기(64.8세)보다 3년 정도 이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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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베이비붐 세대들은 은퇴 후 삶에 대해 낙관적이다. 건강·여가·경제적인 면에서 낙관하는 비율이 60%대에 달했다. 하지만 정작 미래를 위해 저축하는 금액은 평균 월 17만2000원 정도에 그쳤다. 절반 정도는 아예 은퇴를 위한 저축이나 투자를 하지 않고 있었다. 자녀의 결혼 비용과 교육비 마련에 대한 부담이 워낙 커서다. 이런 은퇴 준비는 예상 은퇴 생활비인 월 211만원을 준비하는 데는 턱없이 부족하다. 10명 중 4명은 집을 줄여 은퇴자금을 조달하려고 생각한다.

 하지만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 생활에서 가장 큰 걱정거리는 돈이 아니었다. 은퇴한 뒤에도 생산적이고 의미 있는 삶을 살 수 있을지를 가장 염려했다. 연구책임자인 서울대 한경혜(소비자아동학부) 교수는 “베이비붐 세대들이 자신의 경험과 자원을 의미 있게 쓸 수 있도록 사회와 국가가 ‘징검다리 일자리’를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애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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