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린턴, 뉴라운드의제에 노동·환경문제 포함 촉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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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각국 비정부조직(NGO)의 시위속에 일부 일정이 차질을 빚고 있는 가운데 뉴 라운드 협상의제를 설정할 세계무역기구(WTO) 시애틀 각료회담이 1일로 이틀째로 접어들었다.

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은 이날 시애틀을 방문, WTO 각료회담에 참석중인 135개 회원국 통상장관들과 오찬을 갖고 기본적 노동기준과 환경보호기준을 무역협정에 연계시킬수 있는 방안을 모색할 것을 촉구했다.

클린턴 대통령은 또 WTO가 더 많은 지지를 받기 위해서는 대중들을 토의과정에 참여시켜야 한다고 강조하고 WTO가 무역자유화를 위해 애써야 한다고 말했다.

클린턴 대통령은 자유무역이 보다 번영되고 안정된 세계를 만들 수 있다는 점에 입각해 WTO가 협력분야를 확대하고 무역장벽을 제거할 것을 촉구하면서 무역은 사회간의 불화를 제거하는데도 도움이 된다고 덧붙였다.

클린턴 대통령은 또 선진국들은 자유무역이 가난한 나라들에게도 혜택이 돌아가고 개발도상국들도 세계시장에 보다 잘 접근할 수 있도록 보장해야 할 책임이 있다면서 가난한 나라들의 어린이들로 최소한 성년이 될때까지 생존해야 하며 모든 어린이는 학교에 갈 권리가 있다고 말했다.

클린턴 대통령은 이어 시애틀 항구를 방문한 자리에서도 자유무역의 혜택을 강조하는 연설을 했다. 클린턴 대통령의 이런 발언은 뉴라운드 협상의제에 노동기준과 환경기준을 포함시켜야 한다는 입장을 밝힌 것이다.

개발도상국들은 이같은 발언에 대해 노동과 환경문제를 빌미로 선진국들이 임금이 낮은 개발도상국의 상품에 대해 높은 관세를 부과, 자국 산업을 보호하려는 의도가 숨어 있다고 반박하고 있다. 따라서 WTO 135개 회원국중 1백여개 개발도상국 회원들은 뉴라운드 협상의제에 노동과 환경문제를 포함시키려는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들의 노력에 반대하고 있다.

이틀째로 접어든 WTO각료회담은 전날과 달리 비교적 순조롭게 진행돼 회담장인 컨벤션센터에는 각국 대표 1천여명이 참석했다.

그러나 WTO는 아무 설명도 없이 마이클 무어 총장 주최의 리셉션을 취소하는 등 일부 행사는 파행이 계속됐으며 WTO관리들은 회담일정이 하루 연기될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았다.

뉴라운드 의제설정을 둘러싼 이견에도 불구하고 회담을 주관하고 있는 샬린 바셰프스키 미국 무역대표(USTR)는 지난 30일 "우리가 회담폐막일인 3일 예정대로 뉴라운드를 출범시킬 수 있을 것으로 완벽히 확신한다'고 말했으나 의제설정작업에는아직 별다른 진전이 없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한편 WTO각료회담에 반대하는 시민운동가들은 이날 당국의 비상사태 선포에도 불구하고 3일째 시위를 계속했다. 인권 및 환경단체, 노조 등 각국 NGO로 구성된 수만명의 시위대는 이날 날이밝자 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과 각국 각료들이 머무르고 있는 도심 쪽으로 행진하며인권과 노동자의 권리 존중 등의 구호를 외쳤다.

진압복으로 완전무장한 시애틀 경찰은 WTO 회의장인 컨벤션 센터 인근 50블록에 걸쳐 시위금지구역을 설정하고 허가를 받지 않은 채 이를 통과하려 하거나 범죄행위에 가담할 경우 즉시 체포할 것임을 밝혔다.

놈 스탬퍼 시애틀 경찰국장은 그동안 경찰의 시위 대처방법이 미온적이어서 사태가 악화됐다고 판단, 강력히 대처할 것이며 3일로 예정된 WTO 회의 폐막일까지 야간통금과 비상사태를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시애틀 경찰은 이날 400명의 시위를 체포했다.[시애틀 AP.AFP=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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