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투자자, 연말에 한국 빠져 나갈 이유없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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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지난 97년말 경제위기 이후 외화자금의 수급 다변화와 함께 그동안 각고의 기업구조조정과 경제개혁을 추진하고 있고 놀랄만한 경제회복을 이루고 있어 국가신용등급이 크게 개선될 가능성이 높아 보이며 올연말 펀드들의 환매 요구에 따른 주식매도 등으로 미국 투자자들이 한국을 빠져 나갈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30일 한 미국 고위 외교관이 지적했다.

주한 미공관 경제담당 고위 책임자인 이 외교관은 30일 오후 연합뉴스(인포맥스.
뉴스속보부)를 비롯한 일부 한국언론 금융담당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미국계 투자자들이 연말을 앞두고 Y2K(컴퓨터의 2000년도 인식도 인식오류) 문제와 펀드들의 환매 요구에 따른 주식 매도 가능성에 대해 각 투자주체별로 차이가 나겠지만 장기투자자들의 경우 한국을 빠져나갈 이유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2년전 한국에 경제담당 고위 책임자로 부임해 그동안 IMF(국제통화기금)사태 이후 한국의 경제회복과정을 지켜본 이 고위 외교관은 "한국은 지난 2년동안 외자의존을 다원화해 외화수급구조가 안정돼 있고 외환보유고 또한 외환위기 수준으로 회복하는 등 해외시장에서 신뢰를 회복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김대중 정부가 기업과 은행 구조조정을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어 기업과 은행들의 건전성과 투명성을 확보하게 된 것도 해외 투자자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특히 "정부가 3개의 금융감독기관을 금융감독위원회로 통합해 강력한 금융개혁을 주도하고 있는 점이 인상적이다"면서 "이는 정부의 금융개혁에 대한 하나의 상징적인 의지로 평가받고 있다"고 말했다.

또 일부 월가나 서울금융시장에서 일고 있는 현대그룹 위기설에 대해 대우그룹과는 근본적으로 다르다며 현대 위기설을 일축했다.

현대는 현대자동차, 반도체, 조선 등 세계적으로 손꼽을만한 기업을 갖고 있고 현금흐름이 좋아 제2의 대우사태로 이어지지 않을 것으로 확신한다고 그는 말했다.

그러나 그는 현대가 LG반도체와 기아자동차를 인수하고 대북투자로 인해 부채 비율이 다른 재벌들보다 높아 해외금융시장에서 신뢰를 회복하려면 부채비율을 축소하는 노력을 강력하게 추진해야 할 것이라고 충고했다.

그는 이같은 상황을 감안할 때 외국인 투자자들이 서울을 떠날 이유가 없으며 따라서 서울 주식시장 전망에 대해서도 낙관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미국계 신용평가기관들이 한국의 외환위기때 경쟁적으로 등급을 낮췄다가 경기회복기에는 오히려 등급상향을 주저하고 있는 원인은 한국이 한순간 금융 위기를 겪었기 때문에 예전보다 한국에 대한 평가가 신중해졌기 때문이라고 풀이했다.

그러나 한국의 국가신용등급의 경우 한국정부의 강력하고 지속적인 기업 구조조정과 금융개혁 등을 감안할 때 상당폭 개선될 여지가 높다고 전망했다.[서울=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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