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0주의 몽니’ … 하나금융 신주 3100만 주 상장 제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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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150주를 가진 주주 4명이 3100만 주의 신주 상장을 가로막고 있다. 소액주주의 소송 제기로 28일로 예정됐던 신주 상장이 유예된 하나금융지주 이야기다.

 한국거래소는 25일 하나금융지주의 제3자 배정 유상증자 주권의 상장을 유예한다고 공시했다. 소액주주들이 신주 발행 무효 소송을 제기해 이 사유가 해소될 때까지 지켜봐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당초 하나금융은 21일 32개 국내외 투자자로부터 유상증자 대금 1조3353억원을 조달했다. 외환은행 인수자금(4조6888억원) 중 일부를 마련하기 위해서였다. 주당 발행가격 4만2800원, 주식 수 3119만 주였다. 신주는 28일 상장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이 회사 주식 150주를 가진 소액주주 4명이 지난 15일 서울 중앙지방법원에 “신주 발행을 무효로 해 달라”는 취지의 소송을 제기한 게 25일 확인됐다. 이들 4명 중 3명은 외환은행 직원이다. 이들은 소장에서 “하나금융이 경영상 필요와 상관 없는 목적으로 신주를 발행해 기존 주주들의 권리를 침해했다”고 주장했다.

 다음 달 외환은행 인수를 끝낼 계획이었던 하나금융으로서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자칫하면 소액주주들이 가진 660만원어치 주식이 5조원 가까이 되는 외환은행 인수작업을 방해하는 상황이 올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증자에 참여한 국민연금·삼성자산운용·미래에셋자산운용 등 국민과 고객의 돈을 굴리는 국내외 기관투자가 20여 곳의 자산운용에도 차질이 빚어질 우려가 있다.

 하나금융은 대책 마련에 부심했다. 하나금융은 유상증자가 법리적으로 아무 문제 없다는 점을 거래소에 설득하는 한편 상장 유예 금지 가처분신청 등 법적 대응을 준비하기로 했다. 거래소 측은 “상장된 주식을 1개월간 팔지 않고 보호예수한다면 상장 유예를 풀 수 있다”는 뜻을 하나금융에 전달했다. 하지만 하나금융은 이제 와서 투자자들에 보호예수를 요구하는 건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문제는 다음 달로 추진해 온 외환은행 인수 일정에 차질을 빚을지 여부다. 일부에선 소송이 끝날 때까지 증자 대금을 쓸 수 없을 것이라고 지적한다. 신주 발행이 무효라면 돌려줘야 할 돈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하나금융은 아직 신주 발행 자체가 무효화된 게 아니기 때문에 유상증자 자금을 외환은행 인수에 쓰는 데 문제가 없다고 주장한다. 하나금융 관계자는 “신주는 이미 발행이 끝났고, 상장만 유예된 것”이라며 “단기적으로 주식을 거래하지 못해 투자자들의 돈이 묶이는 문제가 있긴 하지만 외환은행 인수와는 상관 없다”고 말했다.

 유상증자에 참여한 투자자들은 “이런 경우를 처음 당해 봤다”며 당황하고 있다.

김창규·한애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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