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 유방확대 부작용 … 한국인 피해자 660명, 미국서 44억원 배상 받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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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실리콘 보형물을 이용한 유방 확대수술을 받았다가 보형물이 터지는 등 부작용을 겪은 국내 피해자들이 소송 17년 만에 미국 회사로부터 거액의 배상금을 받게 됐다. 국내 피해자들이 집단 소송을 통해 외국 회사로부터 실질적으로 보상을 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김연호 국제법률사무소는 다우코닝배상기금의 배상심의사무소로부터 한국 측 피해자 660명의 배상금 390만 달러(43억8000여만원)가 지급됐다고 23일 밝혔다. 배상액은 피해 유형에 따라 3000달러(337만원)부터 1만3500달러(1516만원)까지다. 보형물이 파열돼 이를 제거한 뒤 신체적 이상까지 겪은 경우가 최고 보상액을 받았다. 피해자들은 변호사 비용을 제외한 금액을 받게 된다.

  국내 피해자 2600여 명은 1994년 세계 각국 환자 30여만 명과 함께 실리콘 제조사인 다우코닝을 상대로 집단소송을 제기했다. 미국 연방대법원은 2004년 6월 실리콘 제조상의 결함에 따른 피해자의 손해배상 권리를 확정했다. 다우코닝은 이에 따라 24억 달러의 배상기금을 조성했다.

  그러나 국내 피해자들이 구체적인 피해를 증명하는 자료를 갖춘 뒤 배상 신청을 하고 심의사무소의 심사를 거쳐 배상금을 받기까지 6년이 걸렸다. 현재까지 배상 서류를 제출한 사람은 모두 2000여 명이다. 이 중 660명이 우선 배상금을 받게 된 것이다. 나머지 1400명도 배상 시기와 금액의 차이가 있을 뿐 순차적으로 배상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배상이 결정됐을 당시 다우코닝은 미국 피해자에 대한 배상액을 100%로 봤을 때 한국 등 아시아 지역의 피해자에 대해선 35%만 지급하겠다는 입장을 밝혀 반발을 일으켰다. 김연호 변호사는 “6년 동안 지속적으로 이의를 제기해 많게는 미국 피해자의 60%까지 피해액을 인정받았다”고 밝혔다.

 국내에 수입된 다우코닝의 실리콘 제품은 약 1만개다. 지금까지 소송을 내지 않은 피해자가 추후 배상받을 수는 없을까. 이에 대해 김 변호사는 “다우코닝배상기금의 배상 기한은 2021년 5월 31일까지”라며 “이미 소송을 낸 사람들에게 배상액을 모두 지급하고도 배상 기금이 남을 경우 추가 배상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1990년대 초반 전 세계 여성들 사이에 실리콘 보형물을 이용한 유방확대수술이 유행했다. 문제의 보형물은 당시 식약청 허가까지 받았으나 보형물이 터지거나 모양이 달라지는 등 부작용이 잇따라 사회문제화됐다.

구희령 기자

‘유방확대수술 피해’ 미국 집단소송, 어떻게 진행됐나

▶1990년대 초반 실리콘 보형물 이용한 유방확대수술 유행

▶94년 국내에서 시술받은 2600여 명, 다우코닝사 상대로 집단 소송 제기

▶99년 미국 연방파산법원, “다우코닝사는 피해자에게
    최고 10만 달러∼최저 2000달러 배상하되 한국인에게는 35% 지급” 판결

▶2000년 국내 피해자 대리인 김연호 변호사, 항소

▶2004년 미 연방대법원, “다우코닝사 실리콘 보형물 하자 있다” 인정

▶2011년 다우코닝 배상기금, 한국 피해자 660명에게 우선 44억원 배상금 지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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