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경쟁력, 새 기술 개발이 필수"…전국 첫 벼2모작 성공 배명관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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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3일 오전 부산 강서 들녘. 한 농부가 잔뜩 긴장한 표정으로 컴바인더를 운전하며 벼를 거두고 있었다.

주인공은 전국에서 처음으로 벼 이기작(二期作)수확에 성공한 배병관(裵炳冠.58.부산시 강서구 가락동)씨. 裵씨는 이날 9백 평의 논에서 예상보다 약간 많은 40㎏들이 15가마를 수확했다.

이 중 30%의 벼는 알곡이 없는 것으로 나타나 실제 수확량은 11가마. '정상적으로 재배를 했을 때 일반적으로 45가마 정도를 수확한다고 볼 때 裵씨의 이번 벼 이기작 도전은 '절반의 성공' 이었다.

裵씨는 "당초 지난 7월 중순에 이기작 모내기를 할 작정이었으나 잦은 비로 20일 정도 늦어졌고 10월 중.하순 저온으로 생육이 저조했다" 며 아쉬워했다. 그러나 裵씨의 얼굴은 낙담한 기색보다 오히려 자신감으로 가득 찼다.

"올해는 벼의 초기발육을 더디게 한 문제를 알아낸 만큼 이를 보완해 성공할 때까지 끝까지 도전할 계획입니다."

裵씨가 벼 이기작에 도전한 것은 지난 97년부터. 지구온난화와 일찍 자라는 볍씨가 많이 개발돼 있는 것에 착안해 성공하면 벼농사의 채산성을 높이고 땅 활용도도 배로 높일 수 있다고 생각했던 것. 주위에서는 裵씨의 시도가 불가능하다고 말렸다.

그러나 裵씨는 볍씨를 뿌린 다음 8~10일 정도 키운 다음 모내기를 하면 될 것으로 확신하고 이를 밀고 나갔다.

"농사도 고정관념을 벗어나 새로운 것을 계속 시도할 때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 는 그는 "만족할 만한 성과가 나올 때까지 끝없이 도전할 생각" 이라며 환하게 웃었다. 지난해 농업발전에 기여한 공로로 부산시로부터 농민대상을 받았다.

부산시농업기술센터 嚴영달씨는 "사계절이 뚜렷한 한국에서도 이기작을 할 수 있다는 것을 입증했다는 점에서 그의 시도는 높은 평가를 받을 만하다" 고 말했다.

김관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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