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만원 창업 → 매출 230억 대학생 … “사업의 노하우 알려드리겠습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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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대 재학생이자 패션 온라인 쇼핑몰 기업 대표인 박준성씨(오른쪽에서 둘째)가 직원들과 디자인 회의를 하고 있다. 박씨는 모교에 1억원을 기부했다.


다음달 국민대 경제학과 3학년에 복학하는 박준성(31)씨는 지난달 1억 원을 모교에 발전기금으로 기부했다. 박씨는 종자돈 70만 원으로 연 매출 230억 원의 기업을 일궈낸 ‘청년 창업가’다. 대학생 신분으로 직원이 100여 명에 달하는 온라인 의류쇼핑몰 사업을 하는 박씨는 20일 “대학생 창업을 돕기 위한 교육사업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박씨는 남성 패션쇼핑몰 ‘멋남닷컴(mutnam.com)’ 등 온라인 쇼핑몰 2개와 의류 브랜드 3개를 갖고 있는 ‘부건FNC’의 대표다. 멋남 사이트는 하루 평균 방문자가 10만 명이 넘는다. 그가 처음부터 창업에 뛰어들었던 건 아니다. 여느 학생들처럼 취업 준비에 매달리다 방향을 틀었다.

 부산 4년제 대학의 기계공학과에 다니던 박씨는 1999년 ‘사람이 많이 모이는 서울로 가야겠다’는 생각으로 국민대에 다시 입학했다. 2002년 군 복무를 마친 그는 다른 학생들처럼 취업 준비에 매달렸다. 토익 공부를 하고 도서관을 다니는 생활이 반복됐다. 박씨는 “청년 실업이 심각한 시절이라 선배들이 원하지도 않는 회사에 이력서를 넣더라”며 “그럴 바엔 창업을 하는 게 낫겠다 싶었다”고 말했다. 패션감각이 뛰어나다고 자부해온 그는 2004년 남성 패션쇼핑몰 사업에 관심을 뒀다. 당시 손에 쥔 돈은 누나 월급에서 빌린 70만원이 전부였다.

 온라인 쇼핑몰의 경쟁이 치열하고 여성보다 소비욕구가 낮은 남성에게 옷을 팔아야 하기 때문에 박씨는 남다른 접근법을 시도했다. 무작정 사이트부터 열지 않고 온라인 카페를 개설해 시장성이 있는지 파악한 것이다. 카페를 통해 그는 최신 남성 패션 트랜드를 소개하거나 코디법을 설명해 주는 등 자신의 감각을 한껏 드러냈다. 그는 “카페를 1년 정도 운영했더니 회원들이 먼저 쇼핑몰을 열어보라고 권하더라”고 귀띔했다.

 쇼핑몰 운영 과정에선 사업계획을 꼼꼼히 세운 것이 주효했다. 하루 방문자 수와 매출 목표를 1주일 단위로 세밀하게 설정한 뒤 10년 후 계획까지 준비했다. 그는 “온라인 쇼핑몰 창업에 관심 있는 이들이 노하우를 물으러 찾아오지만 사업계획서도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박씨는 창업을 꿈꾸는 대학생을 위한 교육 프로그램을 회사 공간을 활용해 운영할 계획이다. 그는 “가능성이 있는 사람들이 성공하는 사회가 되는 데 기여하고 싶다”고 말했다.

김민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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