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술에 대한 수많은 오해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서울대의 수시논술 폐지안과 정부가 발표한 2014년 수능 개편안 때문에 학부모와 학생들의 문의가 끊이지 않는다. 상담하다 보면 정말 답답한 심정인 경우가 많다. 질문을 정리하면서 기본이라도 알고 가도록 노력해보자.

-서울대 수시논술 폐지는 논술의 영향력이 축소된다는 것인가?

 서울대가 논술 시험 전부를 폐지하는 것은 아니다. ‘서울대 논술폐지’는 ‘수시 논술’ 폐지다. ‘정시논술’에는 변화가 없다. 정시에서 서울대는 5시간에 5000자 정도의 글쓰기를 요구한다. 그렇다면 수시에서는 무엇으로 학생을 선발하는가? 심층면접이 남는다. 기존에 심층면접 30%, 논술 20%로 뽑았던 것을 이제 심층면접만 강화해 보겠다는 것이다. 서울대는 지문과 문제를 미리 제시하는 논술형 심층면접을 본다. 이것으로 충분히 학생을 선발할 수 있어 논술을 없애는 것이다. 이미 2010년 가을부터 논의된 얘기다. 결국 수시나 정시 모두 1단계를 통과한 수험생들은 대학이 만든 주관식의 ‘논술형 시험’을 피할 길이 없다.

-다른 대학은 논술의 영향력을 줄일까?

 먼저 서강대가 수시 2-1 논술 전형, 2-2 논술 전형 중 ‘2-1 논술 전형’을 폐지하겠다고 한다. 학부모들은 논술이 ‘절반’으로 줄어들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실제로는 지난해 수시 2-1 전형에서 338명, 2-2전형에서 413명을 논술전형으로 뽑았던 것을 2-2로 통합해 649명을 선발한다. 선발 인원이 741명(46%)에서 649명(41%)으로 줄었을 뿐이다. ‘절반’을 줄인 것이 아니다. 서강대 수시에 지원하는 수험생들은 대부분 논술을 준비하지 않을 수 없다.

 성균관대도 전체 정원 중 논술로 선발하는 인원을 25% 내외로 대폭 줄이겠다고 발표했다. 그런데 작년에도 논술 선발 인원은 총 정원 4356명 중 1220명으로 약 28%였다. 지난해보다 3% 줄인 것이다. 성균관대는 이어 논술 우선선발(논술 100% 전형)을 폐지한다고 했다. 그러나 사실은 논술 100%였던 우선선발을 ‘내신 30%+논술 70%’로, ‘내신 30%+논술70%’였던 일반선발을 ‘내신 50%+논술 50%’로 살짝 손 댄 수준이다. 논술비중이 100%에서 70%로 줄었을 뿐이다. 내신은 이미 확정된 점수고 성균관대에 지원하는 학생들의 내신 성적은 이미 비슷한 상태에서 출발한다. 성균관대에 지원하는 수험생들 역시 논술을 준비하지 않을 수 없다.

 일부 다른 대학들도 논술 선발 정원이나 논술 반영률을 소폭 줄일 수 있다. 그렇게 논술의 영향력이 줄어든 것처럼 ‘보이게’ 할 수는 있다. 그러나 작년과 크게 달라진 것이 없다는 것이 ‘사실’이다.

-2014년, 수능은 정말 바뀌나?

 1학년 학부모들은 수능 체제가 어떻게 바뀌는지 몰라 매우 불안해 한다. 한마디로 말하면, 수능시험 이전의 학력고사 시험으로 회귀하는 것이다. A형=쉬운 문제, B형=어려운 문제이며 예전 학력고사에서 문과학생은 국어를, 이과학생은 수학을 더 많이 공부해야 했던 기억을 떠올리면 된다. 1학년의 경우 입학하자 마자 문·이과 구분을 바로 해야 하는 학교와 학생들의 부담이 있다. 또 과연 영어 과목의 경우는 A·B형을 어떻게 시행해야 하는지, 문·이과 교차지원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 등 여러 문제가 남아있다. 교과부가 발표한 2014년 선발제도가 제대로 시행될지는 확신하기 어렵다는 것이 입시 전문가들의 일반적인 의견이다.

-만일 바뀐다면 A·B형 준비는 어떻게 해야 하나?

 기존의 수능 체제 그대로 공부하면 된다. A형 문제의 경우 아직 확정되지 않은 미지의 영역이므로 따로 준비할 방법도 없다. 1학년 학생의 경우, 학교별로 교과서가 다 다르므로 1학기 중간고사까지는 내신점수를 잘 받아두는 것에 집중해야 한다. 수능이나 논술제도의 변화와 준비는 2학년에 가서 생각해도 전혀 문제가 없다.

<김영준 대치동 김영준언어논술학원 원장>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