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세계 2위 vs 96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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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중국의 국내총생산(GDP)이 2010년 기준으로 일본을 제치고 세계 2위로 올라섰지만 중국은 아직 샴페인을 터뜨리지 않고 있다. 오히려 외부 평가에 우쭐해져 결국 자멸하는, 이른바 ‘봉살(捧殺)’ 가능성에 경계심을 키우고 있다.

신화통신·인민일보 등 중국의 주요 언론들은 15일 지난해 GDP가 5조8786억 달러로 일본(5조4742억 달러)을 추월했다는 소식을 비중 있게 보도했다. 중국은 2005년 프랑스를, 2006년엔 영국을, 2007년엔 독일을 각각 제쳤다.

 근현대사에서 청일전쟁과 중일전쟁의 상대자였던 일본을 제쳤기 때문에 거국적으로 경사를 맞았지만 중국 언론은 차분한 보도로 일관했다. 오히려 중국의 학자와 전문가들은 ‘경제발전 임무는 막중하고 갈 길은 아직 멀다(任重道遠)’는 점을 강조했다.

 특히 이런 분위기는 총 GDP보다 1인당 GDP를 중시하는 중국의 인식과 분위기를 반영하고 있다.

 일본의 지난해 1인당 GDP는 4만2431달러로 중국(4412달러)의 9.6배나 됐다. 중국의 2009년 1인당 GDP는 3744달러로 96위에 머물렀다.

 신화통신은 중국 농촌의 열악한 현실을 보도하면서 “국가는 부유해졌으나 국민은 아직 가난하다”며 ‘국부민궁(國富民窮) 딜레마’를 강조했다.

일부 언론은 유엔의 빈곤표준(1일 1달러 이하로 생활)에도 못 미치는 중국인이 아직 1억5000만 명이나 된다는 사실도 부각했다. 중국 청년보는 중국 사회과학원 학자의 말을 인용해 “GDP가 세계 2위라는 것은 경제 규모가 그렇다는 의미일 뿐 중국의 국력이 세계 2위로 강해졌다는 의미는 아니다”라며 “1820년 당시 중국(청 왕조)의 GDP는 영국의 7배나 됐지만 불과 20년 뒤에 아편전쟁에서 영국에 패했다”고 강조했다.

베이징=장세정 특파원

바로잡습니다

◆2월 16일자 15면 ‘중국 세계 2위 vs 124위’ 기사에서 124위는 중국의 2009년 1인당 국내총생산(GDP) 순위가 아니라 1인당 국민총소득(GNI) 순위이기에 바로잡습니다. 세계은행에 따르면 중국의 2009년 1인당 GDP 순위는 96위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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