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바라크 축출은 시작일 뿐, 투쟁은 끝나지 않았다”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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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5호 03면

“1만1000일(약 30년)의 고통에서 해방되는 순간이다.” 전화선을 타고 오는 이마드 가드(44·사진)의 목소리는 떨렸다. 그는 카이로의 권위 있는 싱크탱크 알-아흐람 정치전략연구소의 정치부장이다. 전화기에서 ‘알라후 아크바르(알라는 위대하다)!’라는 외침이 끊이지 않고 들렸다. 그는 “무바라크의 하야는 5000년 이집트 역사에 새로운 장을 열었다”고 감격스러워 했다.

이집트 알-아흐람 정치전략연구소 이마드 정치부장

-심정이 어떤가.
“우리가 이겼다. 범죄자 무바라크가 떠났다. 오늘은 모든 이집트인들이 승리한 날이다. 5000년 이집트 역사를 다른 방향으로 써나가는 전환점이 된 날이다. 시민의 힘으로 정권 교체를 이룬 것은 역사상 처음이다. 참으려 해도 눈물이 계속 나온다. 이집트의 새로운 시작이다. 자유로운 이집트의 시작이다. 진정한 영웅들, 시민들이 고귀한 혁명을 통해 일구어 냈다. 21세기의 가장 아름다운 혁명으로 기록될 것이다.”

-하야 결정 과정을 아는가.
“정확히는 알 수 없다. 10일 하야 얘기가 있었지만, 무바라크는 ‘사임하지 않겠다’고 했다. 지난 24시간 동안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는 무바라크와 그 측근들만 알 것이다. 추측건대 최고 지도부 내에서 진지한 논의가 있었던 것 같다. 특히 무바라크의 안전한 행보에 대한 세부적인 사항들도 논의된 것 같다. 사미 하피즈 아난 참모총장이 홍해 휴양지 샤름 알-셰이크까지 무바라크 가족과 동행한 것을 보면 그런 것 같다. 카이로의 대통령 궁과 휴양지의 거처에 대한 보호 방안도 논의됐을 것이다. 정리하면 군부의 하야 설득이 주요했던 것 같다.”

-군의 태도를 시민들이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는 이유는.
“군은 위엄을 지켰다. 고귀한 태도를 보였다. 나세르 혁명의 전통을 지켰다. 총알 한 발 쏘지 않았다. 시위대를 공격한 것은 내무부 소속 치안대였다.”

-군을 신뢰하는가. 1952년 군사혁명 당시에도 사람들은 민주적인 정부를 기대하지 않았는가.
“이번에는 다르다. 52년은 군사혁명이었다. 하지만 이번은 시민혁명이다. 군이 시민의 힘을 목격했다. 조용히 역사적인 순간을 중립적인 자세로 지켜봤다.”

-그래도 60년 철권 통치를 해 온 것은 군 아닌가. 앞으로 군의 행보는 어떻게 예상하는가.
“군이 시민의 힘을 목격했다. 과거와 같이 마음대로 하지는 못할 것이다. 권한을 이양 받은 군최고위원회는 과도정부와 개헌위원회를 다시 구성하고, 새로운 헌법에 의해 총선과 대선을 순조롭게 진행하는 역할을 할 것이다. 만약 개혁 조치가 미비하다면 다시 시민들이 일어날 것을 잘 알고 있다.”

-가장 유력한 집권세력이나 대통령 후보는.
“앞으로의 전개 상황과 정보 공개에 따라 크게 달라질 것이다. 현재로서는 군부 출신이 가장 유력하다고 본다. 현재 실세는 오마르 술레이만 부통령이다. 그러나 그는 무바라크의 최측근이다. 그가 집권하면 부패한 무바라크 정권을 청산하지 못할 것이라 본다. 사미 하피즈 아난 참모총장도 부상하고 있다. 현재 군의 최고 지휘권자인 그가 군최고위원회를 주도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얼마나 영향력을 실제로 행사할지는 두고 봐야 한다. 여기에 암르 무사 아랍연맹사무총장, 무함마드 엘바라데이 등이 나설 수 있다. 가장 중요한 점은 군최고위원회가 어떻게 구성되고, 또 초창기에 어떤 결정을 내릴지가 향후 정국으로 좌우할 것이다.”

-무슬림 형제단, 즉 이슬람세력은 왜 언급하지 않는가.
“이슬람 혁명에 대한 우려는 지나치게 확대 과장된 것이다. 현재 아랍권에서 일어나고 있는 반정부 시위는 민족적 그리고 세속적 성향을 가지고 있다. 종교적인 것이 아니다. 무슬림 형제단은 현재의 시위 분위기에 편승하고 있을 뿐이다. 물론 공정한 선거가 치러진다면 무슬림 형제단의 후보 혹은 이 단체가 지지하는 후보가 적지 않은 표를 얻을 것이라는 점을 부인할 수는 없다.”

-앞으로 시민들의 행보는, 혹은 해결해야 할 사항은.
“무바라크의 축출은 시작일 뿐이다. 투쟁은 끝나지 않았다. 무바라크뿐만 아니라 무바라크의 독재 체제를 제거해야 한다. 앞으로 총체적인 부패의 틀을 깨기 위해 지속적으로 투쟁해야 한다. 이집트의 경험상 투쟁하고 요구하지 않는 개혁은 이뤄진 적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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