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우덕의 13억 경제학] ‘너희들은 중국을 몰라도 너무 모른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성인 35%가 책 한 권도 읽지 않고 작년 한 해를 보냈다는 군요. 어떤 표본을 통계로 잡았는지 모르겠으되, 참으로 안타까운 일입니다. '하루도 책을 읽지 않으면 입에서 가시가 돋친다(一日不讀書, 口中生荊棘)'고 하신 안중근 선생이 통탄할 일입니다.

책 읽어야 하겠습니다.
입에 가시가 돋아서야 되겠습니까?

책 한 권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중국이 세계를 지배하면'이라는 책입니다. '패권국가 중국은 천하를 어떻게 바꿀 것인가?'라는 부제가 달려있습니다. 영어 제목에 이 책의 성격이 더 명확하게 나옵니다. 'When China Rules the World:The End of the Western World and the Birth of a New Global Order'. 우리말로 옮기면 '중국이 세계를 지배하면: 서구 세계의 종말과 새로운 국제 질서의 탄생'입니다.

제목 그 대로입니다. 이 책은 중국의 등장으로 서구 중심의 세계 질서가 끝을 보게 될 것이라고 봅니다. 아울러 중국 중심의 새로운 국제 질서 탄생을 예견하고, 어떤 형태가 될 지를 그려냅니다.

영국의 진보 성향 학자인 마틴 자크(Martin Jacques,아래 사진)가 썼습니다. 그는 1977년 좌파 이론지인 '마르크시즘 투데이(Marxism Today)'의 편집장을 맡기도 했습니다. 이런 그가 2007년부터 아시아, 특히 중국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됩니다. 일본과 중국, 싱가포르 등에서 중국을 연구하게 되지요. 그 결과물이 바로 이 책 '중국이 세계를 지배하면'입니다.

이 책에서도 그의 '좌파'성향은 고스란이 드러납니다. 중국에 대한 기존 서방의 사고를 뒤짚어 엎는 겁니다. 아니, 서양뿐만 아닙니다. 20억 아시아인에게도 충격을 주기에 충분했습니다.

책 속으로 들어가보겠습니다.

다른 서평의 칼럼도 참고하십시요.
http://blog.joinsmsn.com/media/folderlistslide.asp?uid=woodyhan&folder=1&list_id=11713901
http://blog.joinsmsn.com/media/folderListSlide.asp?uid=woodyhan&folder=1&list_id=11719496&page=1

******************

최근 제가 썼던 '노트북을 열며' 칼럼에 이런 글이 나옵니다.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의 말이 떠오른다. 그는 공화당 대선후보 시절이었던 2000년 5월 의회에 대해 “중국과 자유롭게 교역하라. 시간은 우리 편(Trade freely with China and time is on our side)”이라고 역설했다. 논리는 간단했다. 미국 덕택에 중국 경제가 성장한다면, 중국은 반드시 자유주의 시장경제 체제로 편입될 것이라는 주장이었다. ‘중국의 경제발전은 민주화로 이어질 것’이라고도 했다. 덕택에 중국은 2001년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했다./

그랬습니다. 서방은 중국이 발전하면 발전할 수도록 서방과 비슷해 질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경제는 국내외적으로 자유주의 시장경제 질서를 준수하고, 정치 사회적으로는 민주화될 것으로 생각했던 것이지요. 부시 대통령의 발언이 바로 이런 사조를 보여줍니다.

'중국 경제가 성장한다고? 냅둬, 결국 우리가 구축한 세계로 편입되고 말거야'라는 생각입니다.

그 결과가 어떠했는지 우리는 압니다. 그 칼럼은 다음과 같이 이어집니다.

/그 후 10여 년의 세월, 시간은 과연 미국 편이었을까? 그랬다면 중국은 자유무역 질서를 존중하고, 민주 국가로 거듭났어야 했다. 현실은 반대였다. 미국 의회는 연례 행사처럼 중국의 불공정 무역 관행을 규탄하고, 반체제 민주화 인사 류샤오보(劉曉波·류효파)는 노벨상 수상식에도 참가하지 못했다. 부시 대통령의 ‘시간 계산’은 틀렸다./

서방의 계산은 여지없이 틀렸던 겁니다. 그들은 중국이 양처럼 성장할 것으로 기대했습니다. 그러나 거대한 몸집으로 등장한 중국은 순한 양은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주인을 잡아먹겠다고 달려드는 늑대에 더 가까웠습니다.

도대체 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중국이 급성장하기 시작한 게 1990년대입니다. 그러나 서방의 눈에 중국은 없었습니다. 당시 세계 조류가 그랬습니다. 1991년 구 소련이 무너집니다. 냉전은 끝났습니다. 서구의 완벽한 승리였습니다. '역사는 끝났다'(프란시스 후쿠야마)는 말이 나온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중국에서도 1989년 6월 천안문 민주화 시위가 터졌습니다. 긴 냉전을 승리고 이끈 미국에게 중국은 '언젠가 민주화 될 나라'였던 것이지요. 아니면 각 성별로 해체될 나라였습니다.

'경제가 발전한다고? 냅둬, 그러면 민주화도 빨라지겠지'

마틴 자크는 이를 '서방의 오만'이라고 했습니다. '중국을 몰라도 너무도 모른' 순진한 착각이었다는 것이었지요. 중국을 알기 위한 그의 작업이 시작됩니다. 그가 본 중국, 중국의 힘, 그리고 그 힘이 펼쳐갈 미래는 어떤 모습일까요?

다음 칼럼에 이어집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