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사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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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삶을 포기하는 나약한 행위로 비난받는 자살. 듣기만 해도 섬칫한 시체. 자살한 여섯구의 시체가 있는 검시실을 배경으로 한 장진의 뮤지컬 '아름다운 사인'은 시체들의 입을 통해 죽음과 삶의 동질성을 근거로 자살의 타당성을 주장한다. 이에 따라 자살하는 사람들에 대해 살아있는 사람들이 비판할 자격이 없다고 말한다.

구성면에서 아름다운 사인은 정통 뮤지컬이라고 하기엔 스토리와 구조가 복잡하고 서사극으로 보기엔 너무 오락적인 성향이 강해 스스로도 이런저런 장르가 혼합된 하이브리드극으로 표방한 연극이다. 일부 연기자의 코믹한 연기로 극적 재미는 높여주었지만 이들 소수 연기자들에게 극이 끌려다님으로써 극의 목적을 설명해 주지 못했다는 한계를 보여준다

그러나 '아름다운 사인'은 장진이 왜 사람들의 관심을 끌고 다니는가를 설명하기에는 충분하다. 연극 연출자, 희곡·시나리오 작가, 영화 감독, 뮤지컬 연출 등 끊임없이 새로운 분야에 도전하는 모습에서부터 화제가 되고 있다. 그의 첫 번째 뮤지컬인 '아름다운 사인'에서도 기발한 발상과 뛰어난 희극적 감각을 보여준다.

극의 소재나 주제에 맞게 적절하게 관객을 웃기는 그의 독특한 연출 능력은 이번 작품에서도 여지없이 나타난다. 첫사랑을 찾는 배우들의 파트너로 관객을 등장시키는 부분이 대표적인 예이다. 그는 분명히 관객을 어떻게 웃겨야 할지 알고 있다. 동시에 자신의 고민을 관객에게 전달한다. 무거운 주제를 재미있게 전달하는 것이다.

이제 남은 것은 노출된 문제점들을 보완하여 다시 무대에 오르는 것이다. 브로드웨이에서 몇 십년에 걸쳐 공연되고 있는 뮤지컬들이 처음부터 완벽했던 것은 아니다. 뮤지컬 무대에 뛰어든 장진이 단순히 한번의 새로운 시도에서 멈출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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