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제2의 이승엽' 이명호, 삼성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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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자를 잡기 위해 사자우리 안으로 들어왔다."

'동대문구장의 이승엽' 으로 불리던 이명호(배명고)가 '라이언킹' 이승엽(삼성)과 만나게 됐다.

고교야구 최고의 왼손 슬러거로 꼽히는 이명호는 지난 15일 밤 삼성과 전격계약을 맺고 '호랑이' 고려대 진학대신 '사자' 삼성을 택했다.

내년에 자신의 우상이자 국내 프로야구 최고의 슬러거 이승엽과 같은 유니폼을 입고 프로무대에서 뛰게 된 것이다.

지난 4월 동대문구장에서 열렸던 대통령배고교야구대회는 이명호를 위한 무대였다.

당시 이는 홈런 3발과 타율 0.545를 기록, 홈런상과 타격상을 휩쓸며 배명고를 준우승으로 이끌었다.

1m83㎝.85㎏의 체격에 왼손잡이 1루수, 다리를 들어올리는 외다리타법, 제대로 맞으면 펜스를 훌쩍 넘기는 시원한 장타력 등 모든 게 이승엽을 빼다박았다는 게 주위의 평가였다.

일찌감치 청소년대표로 발탁, 고려대 조두복 감독을 사로잡은 이는 일찌감치 고려대 송추훈련장에 합류했다.

그러나 자신의 우상 이승엽의 홈런행진과 그에게 쏟아지는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는 피끓는 이명호의 마음을 돌려놓고 말았다. 어차피 야구로 승부를 건 인생, 4년을 멈춰 있기 싫었다.

삼성 이성근 스카우트와 배명중.고, 연세대에서 야구선수를 했던 아버지 이교준(45)씨가 힘이 됐다.

이 스카우트는 밤을 새가며 계약을 성사시키기 위해 뛰어다녔고 아들의 꿈을 아는 아버지는 계약서를 들고 훈련장을 찾아가 도장을 받아냈다.

이명호는 오는 25일부터 경산구장에 합류, 꿈에 그리던 '진짜' 이승엽과 함께 훈련을 시작한다. 프로에서는 이승엽과 수비위치가 겹쳐 외야수로 변신할 예정.

이명호를 아는 야구인들은 "이승엽 고교 졸업때와 비교해 보면 이명호가 더 낫다" 며 프로에서도 더 큰 재목이 될 수 있다고 예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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