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OC-미국, `약물전쟁' 놓고 지휘권 싸움

중앙일보

입력

견원지간인 국제올림픽위원회(IOC)와 미국이 이번엔 약물퇴치 주도권을 놓고 힘겨루기에 들어갔다.

IOC가 최근 세계반도핑기구(WADA)를 출범시켜 `약물과의 전쟁'을 지휘하려하자 미국이 기구의 독립성 시비를 제기하며 `딴죽걸기'에 나서 양측간 불편한 관계가 더욱 악화되고 있다.

IOC에 대한 공세의 포문은 미국의 `약물대통령'인 배리 맥카프리 백악관 약물 수석자문이 열었다.

맥카프리는 15일 시작된 약물정상회의에서 WADA가 IOC의 재정지원을 받고 위원장이 딕 파운드 IOC 부위원장인 점 등을 들어 "이 기구가 IOC의 지배를 받기 때문에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혔다.

그의 이날 발언은 비리로 얼룩진 IOC에 약물퇴치의 주도권을 줄 수 없다는 뜻으로 풀이됐다.

이에 대해 케반 고스퍼 IOC 부위원장 등 IOC 간부들은 "WADA는 분명한 독립단체"라며 "밖에서 떠들며 욕하지 말고 당당히 대화의 테이블로 나오라"고 요구했다.

여기서 더 나아가 존 코츠 호주올림픽위원회 위원장은 맥카프리를 "올림픽 운동의 적"이라고 규정, 미국의 심기를 건드렸다.

올해 올림픽스캔들 파동 속에 IOC 위원이 미연방수사국(FBI)의 조사를 받고 상,하원 청문회에 끌려다니는 등 온갖 수모를 당했던 IOC는 이번만큼은 절대 참고 넘어갈 수 없다는 자세로 오랜만에 단합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뇌물스캔들의 상처를 딛고 새 출발을 모색하는 IOC와 세계 스포츠계까지 손에 넣으려는 미국간의 힘겨루기가 어떤 식으로 결말이 날 지 주목된다. [시드니 AP=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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