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증시 '벤처 쟁탈전' …새 거래소 2곳 생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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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처 붐이 시작된 일본에서 벤처기업을 위한 새 증권거래소가 잇따라 설립돼 유망기업 유치를 놓고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벤처주식 거래소들의 경쟁에 불을 댕긴 것은 소프트방크의 손 마사요시(孫正義)사장. 孫사장은 미국증권업협회(NASD)와 함께 내년 말부터 '나스닥 재팬' 을 개설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마이크로소프트.인텔 등 약 5천개 나스닥 등록업체들이 일본에서도 그대로 거래되며, 일본의 벤처기업도 등록을 거쳐 미국의 투자자들 사이에서 매매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孫사장과 NASD는 또 내년 10~12월께 런던에 '나스닥 유럽' 을 창설, 미국.유럽.일본을 3대 축으로 24시간 벤처기업 주식거래가 이뤄지도록 한다는 야심찬 계획도 발표했다. 전세계 벤처기업에 문호를 개방해 국제 통합 증권거래소를 운영하는 것이 목표다.

나스닥 재팬 계획이 공표되자 도쿄(東京)증권거래소가 대응에 나서 지난 11일 독자적인 벤처주식 전문거래소인 '마더스' 를 개설했다. 마더스는 정보통신.인터넷 관련 기업들로부터 상장 신청을 받아 12월 22일부터 거래를 시작한다.

마더스는 가급적 많은 벤처기업들을 끌어들이기 위해 성장성만 충분하면 적자기업이라도 상장시켜준다는 계획이다. 또 보통 2개월 이상 걸리던 상장 심사기간을 1개월로 단축하고, 회사 설립 후 1년만 지나도 상장자격을 주는 등 신생 벤처기업에 상당한 배려를 하고 있다.

지난 63년 개설돼 신설기업 주식들이 주로 거래되는 일본증권업협회의 '점두(店頭)시장' 도 공개업체 수를 늘리기 위해 안간힘을 쏟고 있다. 점두시장 공개를 추진해 오던 기업들을 외국투자자들이 많은 나스닥 재팬에 빼앗길까 우려한 때문이다.

협회는 공개기준을 충족하는 전국의 2만개 기업을 상대로 개별 방문에 나서는가 하면 기준 자체를 완화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현재 점두시장 공개업체는 모두 8백79개. 그러나 3개 거래소가 나름대로의 특색이 분명치 않아 투자자들을 충분히 끌어들일 수 있겠느냐는 회의적인 반응도 나오고 있다.

또 운영기관의 심사능력이 부족해 주식거래가 활발해지려면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적잖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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