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지검,룸살롱 뇌물장부 수사

중앙일보

입력

경찰과 시청,세무서 공무원들이 호텔 룸살롱에서 상습적으로 금품 및 향응을 제공받은 혐의가 있는 '비장부'가 입수돼 검찰이 수사에 나섰다.

15일 대전지검과 충남지방경찰청 등에 따르면 검찰은 지난해 말 충남 아산시 H호텔 내 H룸살롱측이 96∼97년 2년간 감독 관청 공무원들에게 수천만원의 뇌물을 건넨 내역을 담은 '비장부'를 입수해 수사 중이다.

이 장부에는 룸살롱 전 업주 유모(42·수배중)
씨가 경찰서와 주변 3개 파출소,시청,세무서 등에 한차례에 50만∼2백만원씩의 뇌물을 건넨 내역이 날짜별로 음어(陰語)
로 기록돼 있다.역전파출소는 '역파',아산경찰서 형사과는 '아형'등의 형식으로 기록됐다.

특히 이 장부에는 상급기관인 충남경찰청 일부 부서에도 돈을 건네고 '공짜 술'을 마신 공무원의 이름 등 관련 공무원만 1백여명에 이르는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이들 가운데 이름이 빈번히 등장한 공무원들을 참고인 자격으로 소환해 조사를 마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지난해 11월께 "폭력조직과 연계된 유씨가 '뒤를 봐 주겠다'며 강제로 룸살롱 경영에 개입한 뒤 매출장부 조작 등으로 7억∼8억원을 가로챘다"며 수사를 의뢰한 룸살롱의 실제 주인 Y씨(캐나다 거주)
를 통해 문제의 장부를 손에 넣은 것으로 알려졌다.

Y씨는 지난해 5월께 충남지방경찰청에 이 사건을 진정한 뒤 별다른 진척을 보이지 않자 다시 검찰에 수사의뢰했다.그러나 폭력혐의로 지난 1월부터 검·경의 수배를 받고 있는 유씨의 신병이 확보되지 않아 수사가 벽에 부딪힌 상태이다.

검찰 관계자는 "유씨가 수배망을 뚫고 장기 도피행각을 벌이고 있는 점으로 미뤄 그의 뒤를 봐주는 '비호세력'이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대전=김방현 기자<kbhk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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