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 사고 때 자기부담금 최고 10배로 늘어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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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달부터 자동차보험료가 약간 낮아진다. 대신 사고를 내거나 교통법규를 위반하면 운전자가 더 많이 부담을 져야 한다.

 30일 금융위원회와 손해보험협회에 따르면 2월 중순부터 사고 때 운전자가 부담하는 자기차량 수리비(자기부담금)가 많게는 10배로 늘어난다. 정액제에서 정률제로 보험 가입 방식이 바뀌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자기부담금은 손해액과 상관없이 5만~50만원을 부담하는 정액제였다. 차량 수리비가 얼마가 나오든 미리 정해둔 돈만 내면 됐다. 그러나 다음 달 보험 가입분부터는 수리비의 일정 비율을 운전자가 부담하는 정률제로 바뀐다. 정률제는 20%와 30% 중에서 가입자가 선택할 수 있다. 30%를 선택하면 보험료가 다소 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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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도 변경으로 가입 때 보험료는 저렴해진다. 서영종 손보협회 자동차보험제도팀장은 “자기차량손해 보험료에서 8~10%의 할인 요인이 생겨 전체적으론 2~3% 보험료가 낮아질 것”이라며 “차량 한 대당 평균 보험료가 66만원이므로 가입자 부담이 2만원가량 줄어들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일단 사고가 나면 부담이 커진다. 금융위는 자기부담금 최저액을 운전자가 선택한 할증기준금액의 10%, 최대부담금은 50만원으로 정했다. 예컨대 할증기준금액 200만원 가입자가 20% 정률제를 선택하면 200만원의 10%인 20만원이 최저부담금이다. 이 운전자가 수리비 50만원짜리 사고를 냈을 때도 그 20%인 10만원이 아닌 최저부담금 20만원을 내야 한다는 얘기다. 반면 수리비로 500만원이 들었더라도 20%인 100만원을 다 내는 게 아니라 최대부담금 50만원만 내면 된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현재 가입자의 88%가 자기부담금 5만원으로 보험에 들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사고 뒤 부담이 10배까지 늘어날 수 있다”며 “사고가 나면 반드시 정비업체에서 사전 견적을 받은 후 수리를 맡겨야 과잉 수리에 따른 자기부담금 부담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교통법규 위반 할증 대상도 확대된다. 현재는 가입자가 5월부터 다음해 4월까지 신호·속도 위반, 중앙선 침범을 두 번 이상 하면 9월 이후 계약부터 보험료를 더 내야 한다. 2~3회 위반하면 5%, 4회 이상이면 10% 보험료가 할증됐다. 앞으로는 할증이 적용되는 교통법규 위반 기간이 1년에서 2년으로 늘어난다. 예컨대 올해 2월에 신호위반을 두 번 한 운전자가 9월에 자동차보험을 갱신하면 지금까지는 내년 9월까지 1년 동안만 보험료가 5% 할증됐지만 앞으론 내후년 9월까지 2년간 더 비싼 보험료를 내야 한다. 또 올해 2월에 신호 위반에 걸린 뒤 내년 2월에 다시 적발된 운전자는 지금까지는 보험료 할증 대상이 아니었으나 앞으로는 할증 대상이 된다. 2년 동안 2번의 법규 위반을 했기 때문이다.

 반면 장기 무사고 운전자에 대한 할인폭은 확대된다. 무사고 기간 12년, 최대 60%이던 할인 기준이 다음 달부터 18년, 최대 70%로 변경된다. 이에 따라 추가 혜택이 없던 13년 이상 무사고 운전자도 매년 1~2%씩 추가 할인을 받게 된다.

나현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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