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서 울었던 이규혁 세계선수권서 빵 터졌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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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2면

지난해 2월 밴쿠버 겨울올림픽 남자 스피드스케이팅 500m 경기가 끝난 뒤 이규혁(33·서울시청)은 “안 되는 걸 알면서 도전한다는 게 너무 슬펐다”고 했다. 근육으로 다져진 탄탄한 몸의 그가 어린애처럼 어깨를 들썩이며 울었다. 약 1년이 흘렀다. 시상대 맨 위에 당당히 선 이규혁의 얼굴에는 환한 웃음이 떠올랐다. “아시안게임보다도 세계스프린트선수권대회가 욕심난다”고 했던 그가 2011년 첫 번째 목표를 이뤘다. 올림픽에서는 불운했지만, 세계 단거리 최강자는 역시 이규혁이었다.

 이규혁은 24일(한국시간) 네덜란드 헤렌벤에서 끝난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세계스프린트 스피드스케이팅 선수권대회에서 네 번째 종합우승을 차지했다. 이 대회에서는 500m와 1000m를 두 번씩 뛰어 합계 성적으로 단거리 부문 최고 선수를 가린다.

 23일 500m 1차 시기에서 1위(34초92), 1000m에서 4위(1분9초65)에 오른 이규혁은 대회 이틀째 2차 시기에서 500m 1위(34초77), 1000m 6위(1분9초48)를 기록해 종합 1위를 차지했다. 이규혁은 이 대회에서 2007년과 2008, 2010년 우승을 거머쥔 바 있다.

 이제 이규혁은 새해 두 번째 목표를 향해 뛴다. 30일 개막하는 카자흐스탄 겨울아시안게임 금메달이다. 이규혁은 이번 대회에서 1500m에 나선다. 그의 주종목인 1000m 경기는 열리지 않는다. 카자흐스탄 아시안게임 조직위원회는 한국 선수들이 메달을 휩쓰는 1000m를 의도적으로 제외시켰다.

 한편 이날 경기에서는 밴쿠버 올림픽 500m 금메달리스트 모태범(22·한국체대)이 이규혁에 이어 종합 2위를 차지했다.

 온누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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