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업식 ‘감동 행사’ 줄이어 … 담임교사 가마에 태워 입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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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폭력졸업식이요? 우리 학교는 그런 거 없어요.” 매년 졸업식 때마다 되풀이되는 충격적인 뒤풀이가 물의를 빚는 가운데 충북지역 중·고교가 ‘감동’을 주제로 이색 행사를 준비하고 있다. 교복을 찢거나 일렬로 줄을 세워 폭력을 행사하는 행위, 밀가루 세례, 알몸으로 거리를 다니는 행동 대신 후배들에게 모범을 보이는 행사를 계획하고 있는 것이다.

 다음 달 10일 졸업식을 하는 충북 괴산군의 형석고. 이날 149명의 졸업생은 가마로 교사들을 태우고 행사장에 입장키로 했다. 조선시대 사대부들이 타고 다니던 가마에 담임교사를 태워 스승에 대한 존경심을 표하겠다는 취지다. 행사가 끝난 뒤에는 교사와 제자가 함께 떡 케이크를 자르고 촛불을 끄며 졸업을 축하하게 된다.

 괴산 형석고 노재전 교장은 “졸업식은 학교를 무사히 마치고 부모와 교사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하는 성스러운 행사”라며 “이번 행사를 계기로 학생들이 졸업의 의미를 되새기고 상급학교나 사회에 나가서 도 자긍심을 갖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교복 물려주기 행사를 준비한 학교도 20여 곳에 이른다. 일부 학생들이 졸업식을 마친 뒤 자신의 교복을 찢는 행동을 막고 교복이 필요한 재학생에게 도움을 주자는 것이다. 교복 물려주기에 참여하는 학교는 청주 청운·금천·운호·용암중과 충주여중, 제천동중,음성 한일중, 청주기계공고, 제천세명고,옥천상고,진천 광혜원고 등이다.

 3년간의 추억이 담긴 교정에 자신의 미래와 꿈을 남겨놓는 행사도 열린다. 청주 미원중과 영동 추풍령중, 보은 속리중, 충북인터넷고 등은 학생들이 자신의 소망을 담은 글을 땅 속에 묻는 타임캡슐 행사를 갖는다. 이들은 30년, 50년 뒤 모교에 돌아와 자신이 남겼던 글을 꺼내보게 된다.

 괴산 목도중과 목도고는 교직원이 졸업생에게 사랑의 편지를 전달한다. 졸업 후에도 모교를 잊지 말고 학교와 지역을 빛내 줄 인재로 성장해달라는 내용을 담았다. 학생이 교사에게 감사편지를 전달하는 학교도 적지 않다. 제천중과 충주 탄금중, 영동 용문중 졸업생들은 3년간 가르쳐 준 교사들에게 편지로 감사인사를 전한다.

 괴산 장연중은 고교 1년생이 읽어야 할 필독 도서를, 단양 매포중은 청소년이 읽어야 할 도서를 학생들에게 졸업선물로 줄 예정이다. 이 밖에도 단양 단산중·고는 3년간의 재학 생활을 담은 사진을 영상으로 보여주고 재학생들이 졸업 축하 음악회를 준비하는 등 가슴에 남는 졸업식을 할 예정이다.

 충북교육청 이경복 장학관은 “졸업의 참된 의미를 되새기고 아름다운 마무리와 새로운 출발을 다짐하는 졸업식이 되기를 바란다”며 “교육청과 경찰, 사회단체가 나서 잘못된 졸업식 뒤풀이 문화를 바로잡겠다”고 말했다.

신진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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