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하락세 비상…달러 유입 늘고 '대우 불안' 해소따라

중앙일보

입력

달러가 쏟아져 들어오면서 원화가치가 가파르게 치솟고 있다.

원-달러 환율은 금융시장 안정대책이 발표된 4일 달러당 7원(1천1백91.90원→1천1백84.90원)이 떨어진 데 이어 5일에도 한 때 1천1백80.70원까지 떨어지다 오후 들어 외환당국의 강력한 개입으로 전일비 1.80원 오른 1천1백86.70원으로 마감됐다.

이처럼 원화가치가 상승추세를 보이는 것은 기본적으로 경상수지가 큰 폭의 흑자를 내는 상황에서 최근 들어 외국인들의 주식투자 자금이 다시 몰려오는 등 달러 공급이 크게 늘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그동안 국내시장에서 달러를 사 해외 빚을 갚느라 원화가치의 급격한 상승을 막는 역할을 해온 대우사태가 해결 기미를 보이면서 원화 절상 압력을 더욱 크게 하고 있다.

이런 추세가 계속될 경우 내년도 국제수지 관리와 거시경제운용에도 큰 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정부는 5일 국책은행을 통해 달러를 대거 매입한 데 이어 원화가치의 급등을 막기 위한 대응책 마련에 나섰다.

한 외환딜러는 "그동안 경상수지 흑자기조 하에서도 달러당 1천2백원대를 유지시켜 줬던 대우사태가 해결될 조짐을 보이면서 환율 하락이 가속화하고 있다" 고 설명했다.

외국인 주식투자 자금은 지난 6~9월 넉달 동안의 순유출에서 10월부터 순유입(5억6천만달러)으로 돌아섰고, 이달 들어 하루 1억달러 이상씩 들어오고 있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최근의 원화 절상은 외국인 주식투자 자금과 밀접히 연관돼 있다" 며 "당분간 환율 추이는 외국인 투자자들의 주식매수 규모에 달려 있다" 고 설명했다.

외환딜러들은 외국인 주식매수세가 지속되면 달러당 1천1백50원선까지 내려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한편 환율이 단기간에 급락하자 정부는 외환시장 안정을 위한 다각적인 대응책을 모색하고 있다.

엄낙용(嚴洛鎔)재정경제부 차관은 "대우 불안요인 해소와 무역수지 흑자폭 확대, 외국인 주식투자자금의 빠른 유입세 등을 감안할 때 원화 절상은 어느 정도 불가피한 상황" 이라고 진단하고, "그러나 급속한 환율변동은 경제 전반에 주름살을 주는 만큼 정책적 대응에 나설 생각" 이라고 밝혔다.

정부로서 환율안정 목표치는 제시할 수 없지만, 지난 6월 한 때 기록했던 달러당 1천1백50원대는 연내에 지킬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용덕(金容德)재경부 국제금융국장은 "국내에서 달러 수요를 최대한 일으키고, 외부로부터의 달러 유입은 적절히 조정하는 외환수급대책을 마련 중" 이라며 "국회 동의를 받아둔 5조원 규모의 원화 외평채를 발행해 달러를 직접 사들이고, 은행들에도 대우 관련 외화 부실자산에 대한 충당금을 달러로 쌓도록 하는 등의''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고 말했다.

이영렬.김광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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