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학 재수’는 또 다시 실패로 가는 지름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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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수에는 크게 두 가지 길이 있다. 먼저 학생들이 흔히 ‘독재’라 줄여 부르는 ‘독학재수’는 혼자 집이나 도서관 또는 독서실등을 다니며 공부하는 것이다. 일부 어려운 과목이나 단원만 인터넷 강의의 도움을 받는 식으로 이뤄진다.

두 번째는 재수 전문 학원에 다니는 길이다. 이른 아침부터 밤늦게까지 학원에서 수업과 자습까지 하면서 학원을 학교처럼 의지하며 공부한다. 실제 재수생들이 어떤쪽을 더 많이 택하는지는 정확한 통계가 없다. 하지만 적어도 어떤 길이 재수에 성공할 확률이 더 높은지는 명확하다. 한 마디로 말해 독재보다 학원이 백 배 낫다.

그 이유로는 첫째, 고3까지 몸에 밴 학습한계를 혼자서는 뛰어넘기 힘들기 때문이다. 재수는 고3 때보다 성적을 올려 더 나은 대학과 학과에 입학하기 위해서 한다. 무작정 열심히 한다고 성공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자기 학습의 한계를 뛰어넘는 일을, 그것도 정해진 시간 안에 해내야 성공한다.

그러기 위해선 자신보다 각 영역에서 이미 능숙한 선생님들의 도움을 받지 않으면 거의 불가능하다고 봐야 한다.

한번 생각해보자. 혼자 도서관에 다니면서 아무리 철저히 시간을 관리하며 공부한들 고3 시절의 한계, 나아가 이제까지 공부방법의 한계를 뛰어넘기가 쉽겠는가? 이것이 ‘독재’보다 학원 재수를 택해야 하는 가장 중요한 이유다.

둘째, 학원을 통해 재수하면 학습 관리와 생활 관리가 쉬워진다. 독학 재수생도 처음에는 의기충천해 새벽같이 일어나 도서관에 가고 밤늦도록 공부한다. 그러나 이런 마음은 꽃피고 마음 흔들리는 5월까지도 유지하기 힘들다. 독학 재수생은 자기 마음대로 일정을 관리한다. 도서관에서 자신이 나가고 싶을 때 언제든 뛰쳐나갈 수 있다. 공부하면서 모르는 것이 생겨도 물어볼 사람이 마땅치 않다. 공부하지 않는다고 아무도 생활에 개입하지 않는다. 재수 학원에선 누구나 하루 12시간 이상 공부하고 수업과 자습시간이 적절히 꽉 짜여 있다. 뛰쳐나가고 싶어도 문 앞에서 붙드는 사람이 있다.

언제든지 모르는 것을 질문할 선생님도 대기하고 있다. 하기 싫어도 해야 하는, 다음 날 제출해야 할 과제도 있다. 옆자리 친구가 힘들어 보이면 같이 자습실 가자고 서로 격려하기도 한다.

그러다 보면 내 상태를 읽은 담임선생님이 상담하자고 부른다. 자신을 어떤 상황에 두는 것이 현명한지는 자명하다. 성적이 상위 1% 이내이며 그 가운데서도 ‘독종’으로 손꼽히는 의지의 한국인이라면 독학해도 된다. 그렇지 않다면 독학은 실패로 가는 지름길일 수도 있다.

셋째, 재수 학원에서는 거의 매달 학습상태를 점검할 수 있는 시험을 치른다. 고3들이 치르는 학력평가를 치르기도 하고, 6월과 9월에는 수능 출제 기관에서 주최하는 모의평가도 치른다. 전국의 수험생들과 비교한 자신의 성적 위치를 정기적으로 점검할 수 있다.

그런데 독학으로 6월, 9월 모의평가를 치르려면 출신 모교 또는 재수 학원에 별도로 시간과 노력을 들여 응시해야 한다. 시험일엔 모교에서 직속 후배들과 함께 시험을 치르게 된다. 쉽지 않다. 재수학원에 신청할 수 있지만, 자리가 보장돼 있지 않다. 이러다 보면 그저 공부는 하되, 자신의 실력과 위치가 어느 정도인지도 모른 채 수능까지 가는 경우도 많다. 목표 달성을 위해 1년이라는 시간을 더 투자하는 데 이런 상태로는 곤란하지 않을까. 매달 자신의 성적 위치를 확인해보고 자기 실력이 어느 정도 향상됐는지 확인해야 한다. “무작정 열심히!”가 아니라 목표까지 가는 길을 계획하고 공부해야 재수에 성공한다.

더 이상 학교의 도움을 받을 수 없는 조건에 있는 재수의 길. 학원의 도움조차 거부하고 홀로 재수해 성공할 수 있을지 냉철하게 자신을 평가하고 판단하기 바란다.

<김찬휘 티치미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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