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 부실 실사해보니 장부가와 40조원 차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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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그룹 워크아웃 대상 12개 계열사의 실사결과 발표에 따라 '대우 부실' 의 골이 얼마나 깊은지가 드러났다.

장부상 78조원이었던 부채가 9조원이나 늘어났으며 자산도 장부에서 31조원이나 '비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정부와 채권단은 대부분 계열사들을 정상화한 뒤 매각한다는 원칙을 세워두고 있으며 ㈜대우에 대해선 법정관리 가능성을 공식적으로 밝혔다.

◇ 실사결과〓대우 12개 계열사에 대한 중간실사 결과 장부가와 실사액 차이가 약 40조원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실사결과 실제자산은 장부가보다 31조원이 줄어든 61조원, 부채는 9조원이 늘어난 87조원에 달해 자본잠식 규모가 26조원으로 집계됐다.

업체별로는 대우중공업.전자부품.자동차 판매.오리온전기 등 4개사만이 자산이 부채보다 많았다. 특히 ㈜대우.자동차.전자 등 주력 3사의 자본잠식 규모가 23조원에 달했다.

금감원은 장부가와 실사액의 차이에 대해 "주로 실사기준과 회계기준의 차이에 따른 것이며 대우측의 분식결산에 따라 구멍이 난 부분이 있는지는 추후 조사하겠다" 고 밝혔다.

◇ 워크아웃 진전 상황〓4일 현재 12개 워크아웃 대상 계열사 중 오리온전기.경남기업.대우자동차판매. 대우전자부품.다이너스클럽코리아. 쌍용자동차 등 6개사는 채권금융기관협의회에서 워크아웃 플랜이 확정됐다.

채권단은 다만 쌍용자동차와 다이너스클럽코리아의 경우 일부 부결처리된 안건을 다시 논의할 예정이다.

㈜대우.중공업.전자.자동차 등 주력 4사의 경우 채권단 운영위원회에서 워크아웃 플랜을 마련했으나 해외채권단과의 협의를 거쳐 확정할 예정이다.

대우그룹 전체 외화차입금 68억달러 중 채권자가 명확한 외화차입금이 51억달러며 이는 대부분 주력 4개사에 집중돼 있다. ㈜대우가 27억달러(53%), 자동차 15억달러(30%), 전자 6억달러(12%), 중공업 2억달러(4%)등이다.

해외채권단은 이들 4개사에 대한 워크아웃 플랜이 자신들에게 불리하게 작성되지 않도록 워크아웃 플랜 마련 후 일정기간 의결절차에 들어가지 말고 의결과정에서 거부권을 갖게 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해외채권단이 여신 계약상 소송권리를 갖고 있다" 며 "이들에게 워크아웃 참여를 독려할 계획" 이라고 말했다.

특히 ㈜대우는 자본잠식 규모가 14조5천억원에 달하고 주채권은행의 워크아웃 플랜에서 출자전환 규모가 18조7천억원에 달해 해외채권단의 동의를 받을지 불투명하다.

정부는 "㈜대우에 대해 국내외 채권단 간에 워크아웃 플랜에 대한 합의도출이 끝내 이뤄지지 않으면 법정관리 가능성이 있다" 고 공식자료에서 밝혔다.

제일은행은 삼일회계법인의 ㈜대우 실사결과 계속기업 가치가 청산가치보다 4천5백억원 정도 높게 나와 이를 근거로 워크아웃 플랜을 짰으나 수익전망은 밝지 못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삼일회계법인은 "수익가치에는 불확실성이 있기 때문에 수익가치가 청산가치를 크게 상회하지 못하면 워크아웃 결정이 어렵다" 며 "법정관리도 유효한 대안으로 검토해야 한다" 는 의견을 채권단에 제시했다.

정부도 ㈜대우에 대한 채권단의 채무조정 부담이 너무 크다고 보고 있어 일단 법정관리에 넣고 법원 판결에 따라 회생절차를 밟아가는 과정을 택할 가능성이 크다.

이영렬.신예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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