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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흥시장의 18억 중산층 공략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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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창희
경제부문 기자

11일 경기도 고양시 대화동 킨텍스에는 아침 일찍부터 방문 차량으로 붐볐다. 국내 최대 수출 상담회 ‘바이 코리아(Buy Korea) 2011’에 참가한 외국 바이어들은 데스크에서 출입증을 받기 위해 긴 줄을 섰다. 역대 최대 규모로 온라인 상담 350곳을 포함해 70개국 1041개사 바이어가 몰렸다. 11일 구매 상담에 이어 12일에는 바이어들이 국내 업체들을 방문해 제품을 구경하며 협상을 했다.

 행사를 지켜보며 가장 인상적이었던 점은 중국·인도뿐 아니라 중동·아프리카 같은 신흥시장 바이어들이 대거 왔다는 점이었다. 주최 측 설명을 들어보니 행사장을 찾은 691개사 바이어 중 신흥시장 바이어가 480개사로 전체의 70%에 육박했다. 매출액 1억 달러가 넘는 글로벌 바이어 261개사 중에도 신흥시장 바이어가 절반이 넘었다.

 상담회 현장에서는 국내 업체인 시뮬레이션테크가 쿠웨이트 바이어와 준설선 등 9300만 달러 규모의 수출양해각서를 체결했다. 인프라 투자가 늘고 있는 신흥 국가들은 한국 업체들에 ‘러브콜’을 쏟아냈다. 인도와 중국 유통분야 관계자들도 한국 소비재 구매에 높은 관심을 보였다. 현장에서 행사를 준비했던 박용만 KOTRA 차장은 “한국 브랜드의 이미지가 좋아지면서 신흥시장 바이어들의 선호가 높아지고 있는 것을 느낀다”고 말했다.

 이번 행사는 무역 1조 달러 시대를 맞는 한국 수출업계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고유가 등 올해 녹록지 않은 수출 여건 속에서도 우리나라 수출의 성장 동력은 신흥시장에서 찾을 수밖에 없다. 이미 우리나라의 수출 비중은 지난해(1∼11월) 대(對)개도국 수출이 71.7%, 대선진국 수출이 28.3%다. 이런 쏠림 현상은 앞으로 더욱 가속화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한다. 본지가 올해 초 신년기획으로 신흥시장 15개국을 의미하는 ‘NEXT 15’를 경제의 화두로 던진 이유다(1월 3일자 3면). 신흥시장은 자원 개발 가능성뿐 아니라 완제품 시장으로서도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 빠른 경제 성장 속도에다 18억 명(2009년 기준) 수준인 신흥국 중산층은 2020년 32억 명으로 증가한다. 치밀한 브랜드 관리와 과감하고 선제적인 시장 공략을 서두를 때다.

윤창희 경제부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