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5회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싸움꾼의 ‘직선 누르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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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9면

<본선 8강전>
○·김지석 7단 ●·쿵제 9단

제2보(16∼28)=쿵제 9단은 세계대회 4관왕이니 랭킹을 따진다면 당연히 세계 1위다(이세돌 9단이 2위고 구리 9단이 3위가 될 것이다). 그는 뛰어난 포석 능력에다 전투력과 계산력을 두루 갖췄고 강온 양면책을 적절히 구사하는 전략적인 눈도 훌륭하다. 찔러도 피 한 방울 나올 것 같지 않은 신중함과 강인한 정신력도 돋보인다. 그래서 프로들에게 쿵제의 강점을 물으면 “약점이 보이지 않는다”는 대답이 돌아온다.

 전형적인 투사형인 김지석 7단은 지금 쿵제의 철옹성을 흔드는 데 전력을 다하고 있다. 너무 멀리 뛴 백△도 ‘초반에 밀리면 끝장이다’는 심리상태가 작동한 것인데 쿵제는 여지없이 흑▲로 반격해 왔다. 16·17·18은 외길이다. 그러나 19로 뚝 끊기자 한칼 맞은 백의 선혈이 판 위에 뿌려진다. “백, 고전”(박영훈 9단)이란 분석이 들려온다. 20∼26까지의 ‘직선 누르기’는 실리를 초개같이 아는 싸움꾼들 아니면 생각하기 힘든 수법이다. 6선으로 집을 지어주고 부도나기 쉬운 중앙 세력을 쌓으며 “나중에 보자”고 말하고 있다.

 쿵제가 여기서 27로 젖힌 것은 ‘참고도’ 흑1로 늘면 백2가 한눈에 보이기 때문이다. 적절한 타이밍에 흑이 젖혔고 김지석은 노타임으로 28로 끊었다.

  박치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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