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CB, 포르투갈 국채 매입 ‘언 발에 오줌 누기’ 그쳐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11면

유럽중앙은행(ECB)이 포르투갈 구하기에 팔을 걷고 나섰다. 구제금융행이 거론되는 포르투갈 국채를 시장에서 대거 사들이기 시작한 것이다.

하지만 ECB의 힘만으론 중과부적일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당장 12일(현지시간)로 예정된 포르투갈 국채 입찰이 큰 고비가 될 것이란 예상이다.

 영국 파이낸셜 타임스(FT)에 따르면 10일 ECB는 포르투갈 등 재정위기국들의 국채 매입에 나섰다. 10년 만기 포르투갈 국채의 금리가 유로화 도입 이후 최고 수준인 7.18%까지 오르며(국채 값은 하락) 투매 조짐이 나타나자 시장에 개입한 것이다. ECB의 개입 이후 포르투갈 국채 금리는 7.01%로 떨어졌다. 시장에서 ‘7% 선’은 포르투갈이 버틸 수 있는 마지노선으로 인식돼 있다.

 투매 현상은 12일 포르투갈의 국채 입찰을 앞두고 투자자들의 불안이 커지며 발생했다. 포르투갈은 최대 12억5000만 유로어치의 국채를 시장에 팔 예정이다. 베어링에셋매니지먼트의 앨런 윌드 채권담당 대표는 FT에 “국채 입찰로 위기가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면서 “포르투갈은 결국 구제금융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날 유럽연합(EU) 측은 독일과 프랑스 등 주요 회원국들이 포르투갈에 구제금융행을 압박하고 있다는 보도를 공식적으로 부인했다.

EU 집행위원회는 10일 정례 브리핑에서 “포르투갈이든 다른 어떤 국가든 유로화 사용국에 대한 구제금융을 전혀 논의하고 있지 않으며 그럴 계획도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11일 월스트리트 저널(WSJ)은 익명의 유럽 주요국 고위 관료를 인용, “비공식적이지만 포르투갈 구제계획에 대한 예비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고 전했다.

이 관료는 “포르투갈의 국채 발행 비용이 계속 오르고 있어 결국 구제 요청을 할 수밖에 없을 것이란 강한 확신이 있다”고 말했다.

 벨기에 등으로 재정위기의 불길이 확산될 수 있다는 우려도 갈수록 커지고 있다. 벨기에는 유로화 사용국 중 부채 비율이 셋째로 높은 데다 총선거 후 7개월이 지나도록 연립정부를 구성하지 못해 정국도 불안한 상황이다. 이날 신용분석업체인 CMA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벨기에의 국가부도 위험도 순위는 지난해 3분기 37위에서 4분기 16위로 급등했다.

조민근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