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회장 “겉은 일본 앞서지만 속은 한참 배워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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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9면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11일 부인 홍라희 여사와 김포공항을 통해 일본으로 출국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은 11일 “겉모양은 삼성이 일본 기업을 앞서지만 속의 부품은 아직까지 (일본을) 따라가야 한다”며 더 많은 시간과 연구개발 투자를 주문했다. 이 회장은 이날 일본 출장길에 앞서 김포공항 출국장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같이 말하고 “(일본에서) 더 배울 것이 많다. 한참 배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삼성전자 등 주요 계열사가 사상 최대 실적을 거둔 데 만족하지 말고 위기의식과 도전정신이 필요하다는 소신을 다시 한번 강조한 것이다. 부품·소재·장비 부문에서 일본 기업과 격차를 줄여야 한다는 지적이기도 하다.

 새해 첫 해외출장에 나서는 이 회장은 일본에서의 할 일을 묻자 “새해도 됐고 해서 기업 관계자들을 만나러 간다. 열흘 정도 머물면서 친구도 볼 것”이라고 말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직 수락 여부에 대해 이 회장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며 고사 의지를 분명히 했다. 그는 “(2018 평창) 겨울올림픽 유치도 있고, 삼성그룹 자체를 키우는 데도 힘이 벅찬데 전경련까지 맡으면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지난해 7월 초 건강상 이유로 사의를 표명한 조석래 회장(효성그룹 회장)의 후임 인선이 난항을 겪을 수밖에 없게 됐다. 지난해 7월 15일 이 회장은 삼성 영빈관인 승지원으로 전경련 회장단을 초청해 만찬을 연 자리에서 전경련 회장직 수락 요청을 받았으나 “어렵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이번에도 이 회장이 회장직 수락을 고사함에 따라 전경련은 더 이상 ‘이건희 회장 카드’를 고집하기 어렵게 됐다. 전경련은 당초 다음 달 말 총회를 하고 신임 회장을 추대한다는 계획이었다. 전경련 관계자는 “오는 13일 열리는 회장단 신년 회의에서 회장 추대 안건이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이 회장의 출장길에는 부인인 홍라희 전 삼성미술관 리움 관장이 동행했다. 공항에는 김순택 삼성그룹 미래전략실장(부회장), 최지성 삼성전자 부회장, 권오현·윤부근 삼성전자 사장, 아들인 이재용 사장 등이 나와 배웅했다.

이상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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