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권 외고 나만의 합격 전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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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외고입시에서는 큰 변화가 있었다. 영어내신 성적만으로 1단계 전형을 치른 뒤, 1단계 성적(160점)과 학업계획서를 바탕으로 한 면접점수(40점)를 합쳐 최종 합격생을 선발했다. 외국어 실력을 무기로 특별전형을 고려했던 상당수 학생은 아예 지원을 포기하기도 했다. 그러나 올해 명덕외고 중국어과에 합격한 노정후(구일중 3사진)군은 어려움을 극복하고 합격을 일궈냈다. 화교학교 출신으로 중2 중반까지 특별전형을 준비했던 노군도 뒤늦게 ‘전형이 바뀔 것’이란 소식을 접했지만, 포기하지 않았다. 노군이 전해온 합격 노하우를 소개한다.

저는 초등 5학년때까지 영등포 화교초등학교에 다녔습니다. 방송국에서 일하신 아버지를 따라 다섯 살 때부터 1년 여 동안 중국을 다녀왔어요. 이 경험으로 화교학교에 입학했죠. 6학년에 올라가면서 “한국문화를 알아야 한다”는 부모님의 권유로 일반 초등학교로 옮겼지만, 초등학교 5학년 때까지 대만 교과서로 공부했습니다. 중학교에 올라가서도 꾸준히 중국어를 공부했던 덕에 신HSK(중국한어수평고시) 6급(최고 등급)의 성적을 받았죠. 중2에 올라가면서 ‘외교관이 되겠다’는 꿈을 꿨고, ‘외국어고’를 염두에 뒀죠.‘특별전형이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러나 중2 여름방학 이후 방향을 바꿔야 했어요. ‘외고 입시가 변화할 것’이라는 소식 때문이었죠.

사실 제가 다닌 화교초등학교에서는 5학년때부터 영어교육을 시키기 때문에 한국학교 출신 학생들보다 영어실력이 부족했습니다. 중학교에 올라가 열심히 영어공부를 했지만,2학년 1학기까지 영어내신 성적은 2등급 정도에 머물렀죠. 그러나 포기할 수 없었습니다. 2학년 2학기부터 영어내신 공부에 매진했습니다. 3학년에 올라가서는 원서를 제출하는 날까지 학업계획서를 다듬고 또 다듬었습니다.
 

영어내신, 시험 3주전 부터 본격 준비해야

영어내신 시험 3주 전부터 준비를 했습니다. 우선 선생님이 단원별 주요 내용을 정리해 나눠주신 프린트물로 중요 어휘와 교과서 지문의 주요구문, 문법을 점검했죠. 그 다음엔 하루 1~2차례 교과서 지문을 읽은 뒤 필기내용을 참고해 시험에 나올 수 있는 부분을 예측했어요.

공부를 시작하고 처음 1주일은 3가지 내용을 한 번 보는데 1~2시간쯤 걸렸죠. 하지만 2주차에는 그 시간이 반으로 줄고, 교과서 지문도 어느 정도 암기가 됐어요. 이후에는 교과서 주요문장을 손으로 가리면서 완전히 외우려고 노력했습니다. 지문순서·주제 찾기와 어법·어휘·문법, 빈칸추론 문제 등으로 시험유형이 정해져 있기 때문에 교과서 지문을 암기하는 게 최우선 과제죠.

프린트물과 필기내용을 숙지하고 교과서 본문암기까지 끝나면, 본문 뒤에 나온 대화문 등 각 단원에서 배운 내용을 활용한 과제연구 부분을 공부해야 합니다. 3학년 2학기 영어시험에서 2문제를 틀렸는데, ‘Dialog’와 ‘Talking Activities’ 등 지문 외의 내용에서 출제된 것이었어요. 요즘에는 변별력 때문에 시험범위에 들어간 교과서 내용은 어느 한 부분이라도 무심코 넘어가면 안 됩니다.
 

학업계획서·면접준비, 끝까지 수정하라

학업계획서를 작성할 때 가장 중요한 건 ‘항목별 연관성’입니다. 지원동기, 학습과정 및 진로계획, 봉사활동 및 체험활동, 독서경험이'해외 관련 활동'이라는 하나의 줄거리로 연결되게 쓰려고 애썼어요. 외교관의 꿈을 이루기 위해 외고 입학을 결심했고, 영어·중국어·일본어 등 스스로 어학실력을 향상시키기위해 노력해왔다는 점을 부각시켰죠. 봉사활동 및 체험활동 부분에서도 청소년 교류프로그램과 한일나눔축제에 참가했다는 점을 내세우면서 ‘외교관의 꿈을 확실히 가지게 됐다’고 강조했습니다.

학업계획서는 단기간에 쓸 수 있는 게 아닙니다. 3학년 1학기 초부터 주말을 이용해 10개가 넘는 다른 내용의 학업계획서를 써봤어요. 여름방학부터는 어디에 있든 좋은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그 내용을 휴대폰에 저장해 놓았다가 집으로 돌아와 다시 작성했죠.

면접에서는 학업계획서에 쓴 내용 하나하나에 대한 자신만의 생각을 드러내는 게 중요해요. 사실 저도 면접에서 당황했거든요.

독서경험에서 다른 나라의 세계적 브랜드를 예로 들면서 ‘코카콜라’를 썼는데, 면접관이 “코카콜라로 인한 악영향은 뭔지”에 대해 묻는 거예요. 얼버무리며 겨우 대답은 했지만 긴장된 순간이었죠. 학업계획서 내용에 대해서는 충분한 배경지식을 가지고 있어야 합니다. 외고 지망생 여러분, 용기를 가지세요.

< 최석호 기자 bully21@joongan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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