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일린의 살생부 과녁지도가 불행 불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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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브리얼 기퍼즈 의원이 총격을 당한 뒤 한 미국인이 지난 중간선거에서 세라 페일린 전 알래스카 주지사가 독설과 대결의 정치문화를 조장했다고 비난하기 위해 만든 패러디 사진. [라잉도그뉴스 웹사이트]

애리조나주 총격 사건으로 세라 페일린 전 알래스카 주지사가 가장 큰 정치적 타격을 입었다고 AP통신 등 외신들이 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수세력 결집을 선동해온 페일린이 지난해 건강보험 개혁 법안에 찬성한 개브리얼 기퍼즈(Gabrielle Giffords) 의원을 포함한 민주당 의원 20명을 ‘살생부’에 올려 이들에 대해 적극적인 낙선운동을 벌였기 때문이다.

 특히 페일린은 지난해 봄 이들의 지역구를 지도에 표시한 뒤 사격 타깃을 연상시키는 과녁 십자선을 만들어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렸다. 페일린은 이번 사건 직후 황급히 이 지도를 삭제하고 기퍼즈 의원의 쾌유를 비는 성명을 냈지만 “지나치게 과격한 선동이었다”는 여론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현지 언론은 “사람들이 페일린의 과녁지도가 애리조나의 불행을 조장했으며 사람들이 그에 대해 손가락질하고 있다”고 전했다.

 기퍼즈 의원과 같은 애리조나주 연방하원의원인 라울 그리잘바(Raul Grijalva·민주당)는 “기퍼즈와 나는 페일린이 만든 틀 속에서 그들의 적이 됐다. 페일린은 극단주의적 정치환경을 만든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실제 기퍼즈 의원의 지역구 사무실은 페일린의 과녁지도가 공개된 뒤 괴한의 돌에 의해 유리창이 깨지는 등 공격을 받았다.

 기퍼즈 의원은 당시 “페일린이 자신의 행동에 반드시 대가가 따를 것이란 점을 명심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최익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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