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하는 사람들의 7가지 습관' 쓴 코비 박사, 직접 경영에선 망신살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성공하는 사람들의 7가지 습관' 이라는 책으로 '코비 신드롬' 을 일으켰던 스티븐 코비(66)박사가 정작 자신의 컨설팅 회사 '프랭클린 코비' 경영에서는 '7가지 습관' 을 실천하기는커녕 정반대로 행동, 주가가 폭락하고 회사 경영에서도 제외되는 등 망신살이 뻗쳤다.

코비의 책은 지난 89년 발행된 뒤 세계적으로 1천8백만부가 팔렸으며 국내에서도 번역돼 폭발적 인기를 끌었다.

코비가 망가지기 시작한 것은 아이로니컬하게도 지난 97년 시간관리학의 권위자인 하이럼 스미스(56)가 운영했던 '프랭클린 퀘스트' 를 자신의 회사와 합병, 투자가들의 주목을 받으면서부터.

코비는 수많은 기업에 경영자문을 해왔으며, '성공적인 시간 및 인생관리의 10가지 법칙' 의 저자 스미스도 단 1초도 낭비하지 않는 철저한 컨설턴트였기 때문에 합병 이후 '당연히' 시너지 효과가 기대됐다. 실제 이들은 합병 당시 "우리의 전문적 지식을 합병 업체에 적용하겠다" 고 큰소리쳤다.

하지만 프랭클린 코비사가 지난달 12일 발표한 기업 성적표는 참담한 수준이었다. 지난 1년간 수익이 무려 94%나 줄었고 지난해 25.75달러였던 주가는 현재 8달러대로 폭락했다.

미국의 경제잡지 비즈니스 위크는 이와 관련, "합병 이후 프랭클린 코비사는 관료주의.빈약한 기획력.내부 다툼으로 고전했다" 며 "이는 코비가 스스로 내세운 7가지 원칙을 지키지 않은 결과" 라고 평가했다. 당초 코비는 4천2백명의 임직원 중 6백명을 감축하고 적극적인 아웃소싱 등을 펼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코비와 스미스는 현재 각자 본부를 운영하고 있다. 양쪽 판매부서에서 일하는 직원 1천7백명의 상호불신도 극심한 상태다.

브리검 영 대학의 경영학 교수 로버트 다이네스는 "코비가 강조했던 '윈-윈 철학' 이 합병 이후 '우리-그들' 문화로 변질되고 말았다" 고 비판했다.

코비가 성공 원칙으로 제시한 '경청한 다음에 이해시켜라' 는 주문도 실제 고객관리에선 제대로 실천되지 않았다.

90년대 초반 매년 두자릿수를 기록했던 세미나 수입 증가율은 고객관리 실패로 지난해 2%에 그쳤다.

또 경영관련 교재 등을 찾는 고객들이 일요일에 가장 많은데도 복지수준 향상을 내걸고 일요 휴무제를 실시, 결과적으로 1백27개의 소매점이 폐쇄돼 막대한 손실로 이어졌다.

결국 프랭클린 코비사의 이사회는 최근 코비와 스미스를 경영진에서 배제하고 새 사장을 외부에서 충원하는 등 비상조치를 취하고 나섰다. 코비와 스미스에게는 "책을 쓰고 세미나 강연에 좀더 충실해 달라" 고 주문했다.

프랭클린 코비사에 주식을 투자한 기업의 한 임원은 "코비와 스미스는 경영자라기보다는 판매 전문 '약장수' 임이 드러났다" 고 비꼬았다.

이 회사의 경영상태를 점검해온 투자은행 샐로먼 스미스바니사는 "코비는 개인의 성취 동기를 강조한 반면 스미스는 팀워크를 중시, 상호 충돌이 발생했다" 고 분석하고 "이 회사의 경영자문을 받아온 기업들만 우스운 꼴이 됐다" 고 말했다.

하재식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